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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미세먼지…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상이 위험하다

사진=게티이미지




한반도를 수시로 습격하는 미세먼지, ‘터미네이터’와 같은 살상(킬러)로봇, 2017년 전 세계 사이버공간을 뒤흔든 랜섬웨어 ‘워너크라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 가지 모두 기술 발전이나 기후변화에 따라 새롭게 인류를 위협하는 ‘신안보(emerging security)’ 문제라는 점이다. 군사적 문제에만 집중되던 안보의 개념이 일상의 여러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美가 예의주시하는 北 사이버범죄

신안보 문제 가운데 사이버 안보는 이미 익숙한 분야다. 전 세계가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여서 사이버 공격은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커스텐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 토론회에서 “지난 2년간 우리는 북한의 워너크라이 랜섬웨어가 150개 나라에 뿌려지면서 의료 체계가 멈추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위협 리스트에서 사이버 문제만큼은 동그라미가 쳐 있고 형광펜으로 칠해져 있으며, 밑줄까지 그어져 있다”고 말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이를 복원시켜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닐슨 장관이 언급한 워너크라이는 2017년 5월 북한 해커 박진혁이 주도한 해킹 공격이다.

사이버 안보 위협은 국가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2017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러시아 정보기관의 대미 해킹 논란은 상당 기간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 같은 혼란을 노린 정치적 목적의 사이버 안보 위협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전기·철도 등 국가기반시설을 노리는 공격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누구든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물인터넷(IoT)이 보편화되고 모든 디바이스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시대가 도래하면 개인의 일상에까지 해커가 침투할 수 있게 된다.

미세먼지도 새로운 안보위협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부상한 미세먼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문재인정부의 국가안보전략’에 안보 문제로 거론됐다. 국가안보전략에는 “각종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포괄적 안보도 중요하다”며 “미세먼지 등 동북아 역내 환경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양자·지역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경제활동을 제약해 상당한 경제적 손실까지 초래하면서 국가안보 차원의 위협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미세먼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4조230억원에 달했다.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순한 환경 위험이던 미세먼지는 어떤 임계점을 넘어갔을 때 안보적 위기이자 신안보 문제로 인식되는데, 우리 사회는 그 수준에 이르렀다”며 “실제 경제활동과 군의 훈련 등에 지장을 주고 있으니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안보 위기로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발달로 터미네이터 현실화될 수도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한 문제도 신안보에 속한다. 영화 속 터미네이터와 같은 킬러로봇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무기체계의 가장 높은 수준인 자율살상무기는 독립적으로 공격 대상을 인식하고, 별도의 조종 없이 대상을 파괴한다. 인간의 통제 없이 인간을 살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윤리 문제로 인식된다.

오 부연구위원은 “AI의 발달이 무기체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자율살상무기가 도입되고 킬러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며 “상당한 위협이 될 터미네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책임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드론은 이미 테러에 활용돼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초 예멘 정부군 행사 중 반군이 날린 드론 폭탄이 터져 정부군 6명이 숨졌다. 지난해 8월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겨냥한 드론 테러가 시도됐다.

드론에 AI 기술이 접목되면 ‘완전 자율 드론’이 개발될 수 있다. 이 드론이 테러에 사용된다면 테러는 더욱 쉬워지고 위협의 규모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해관계로 국제규범 마련 어려워

신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협력은 더디기만 하다. 사이버 안보의 경우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이 크다. 미국은 국제 규범을 만들어 중·러를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중·러는 사이버 이슈는 주권 문제라며 거부하고 있다. AI의 경우는 미국 등 기술 패권을 가진 국가들이 독주를 이어가기 위해 국제 규범 마련에 소극적이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장은 “신안보 문제는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위협의 수준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위협에 어느 한 국가만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 간 또는 국가와 민간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협력과 상생의 새로운 안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건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는 “신안보 문제에 있어서 이해관계가 다른 강대국 사이에 대화가 가능하도록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견국들이 촉진자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키워드
신안보(新安保·emerging security)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새롭게 부상한 인류의 안보 차원 문제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문제, 기후변화, 신종 감염병 등이 대표적 이슈다. 전통안보(traditional security)가 국가를 주체로 군사적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안보는 일상에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위협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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