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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족쇄 벗은 트럼프의 반격 “힐러리 캠프 특검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2018 NHL 우승팀 워싱턴캐피털스의 선수들 사이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대해 “매우 매우 사악한 일을 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AP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풀이가 매섭다. 트럼프 진영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를 불러왔던 의혹 제기에 ‘반역’ 딱지를 붙이면서 앙갚음 특검 수사와 별도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졸지에 수세에 처한 민주당은 특검의 수사결과보고서 전면 공개 요구를 반복하며 힘든 항전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반격 선봉에 섰다. 상원 법사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25일(현지시간)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파헤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됐던 근원을 들여다볼 때”라고 압박했다.

표적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공모 의혹을 제기했던 미국 법무·수사 당국 관계자들이다. 또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도 과녁에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에게 정부 당국자들의 실수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그레이엄 의원은 2016년 여름 FBI가 트럼프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에 대해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감청영장을 발부받았던 것을 새 특검이 우선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에서 일했던 페이지가 같은해 7월 러시아를 찾아 친(親)러시아 발언을 한 것이 FBI에 포착된 것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페이지는 기소되지 않았다. 그레이엄 의원은 상원 법사위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소환장을 발부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노와 자신감을 동시에 표출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매우 사악하고 나쁜 일을 한 사람들이 밖에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반역적인 처사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 해를 끼친 사람들은 조사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수사기관의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이 명예롭게 행동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그동안 뮬러를 ‘갱’ ‘악당’ 등으로 불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민주당의 특검 보고서 전면 공개 요구에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결정할 일”이라며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이 특검과 수사기관의 수사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엄포용 선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뮬러 특검의 한방에 의존했다가 벼랑으로 몰린 민주당은 희미한 반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공세를 계속했다. 민주당의 하원 상임위원장들은 바 법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늦어도 4월 2일까지 특검 보고서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들은 “바 장관이 전달한 4장짜리 요약본으로는 의회가 감독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기에 충분치 않다”면서 “수사 결론에 영향을 미친 증거자료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빠른 전면 공개를 촉구했다. 상원 법사위 소속의 민주당 다이안 페인스타인 의원은 그레이엄 의원이 맞불 특검과 소환장 발부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그레이엄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서 월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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