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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스캔들’ 스모킹 건 못 찾은 뮬러 특검… 트럼프 재선 파란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오르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에 대해 “당신들의 대통령이 이런 일(특검 수사)을 겪어야 했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날 공개한 특검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뮬러 특검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의 공모 의혹은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미국 언론들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표현했다. AP뉴시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옥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러시아 스캔들에서 면죄부를 받으면서 재선 가도의 걸림돌을 치웠다.

그러나 뮬러 특검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결론내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면서 정치 공방의 불씨를 남겼다.

뮬러 특검 수사라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민주당은 청문회 개최·수사보고서 전문 공개·추가 조사 등을 주장하며 반전에 안간힘을 썼다.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상하원 법사위원장과 간사 등 의원 4명에게 A4 용지 4장 분량의 특검 수사보고서 요약본을 전달했다. 뮬러 특검이 지난 22일 수사를 종료하면서 제출했던 보고서를 바 장관이 법무부 참모들과 검토한 뒤 요약본을 만든 것이다.

바 장관은 요약본에서 “특검팀은 트럼프 캠프 및 관련 인사들이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고 했던 러시아와 공모했거나 협력했다는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족쇄를 풀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오기 직전 플로리다에서 “러시아와 공모는 없었고, 어떠한 사법방해도 없었다”면서 “완전하고 전면적인 무죄 입증”이라며 반겼다. 백악관에 도착해선 두 손으로 ‘엄지 척’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곳”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바 장관 요약본에 대한 브리핑을 받으면서 “매우 좋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탄핵 주장이 사라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특검 수사를 비중있게 보도해 왔던 CNN방송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이 간절하게 원했던 거대한 선물을 선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임기 중 오늘이 최고의 날일 것”이라며 “그를 감쌌던 불길한 구름이 거의 걷혔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상황이 끝났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뮬러 특검팀은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에 대해선 면죄부를 줬지만,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선 유무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약본을 발표한 바 장관은 민주당의 표적이 됐다. 특히 바 장관이 요약본에 “나와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증거들이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을 입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사견을 단 것이 민주당의 화를 돋웠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바 장관과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추가로 어떤 사법 방해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반색했다.

민주당 소속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특검 보고서와 바 장관의 결론 사이에 매우 우려스러운 괴리가 있다”면서 “바 장관을 청문회에 부르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특검 보고서를 전면공개하지 않을 경우 (보고서 공개)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특검 수사는 끝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아킬레스건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연방검찰과 뉴욕주 검찰 등이 성관계 입막음용 합의금 지불 사건, 트럼프 그룹의 부동산 거래 등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12개의 사건을 계속 수사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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