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게이트’ 계기로 아이돌 인성 교육 중요성 깨달아야


 
‘버닝썬 게이트’로 가요계와 사회 전반에 큰 물의를 빚은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왼쪽 사진)와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 국민일보DB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가요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가 운영한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 유통, 성매매 알선 등 각종 범죄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지난달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이것이 기폭제가 돼 얼마 뒤 정준영이 성관계를 불법 촬영하고 그 영상을 유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태의 발단이 된 승리를 비롯해 메신저 채팅방에서 성관계 영상을 공유한 정준영,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FT아일랜드 최종훈이 연예계 은퇴, 혹은 잠정적인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여러 아이돌 그룹이 빌보드 차트에 속속 진입하면서 우리 대중음악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K팝의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할 듯하다. 물론 집단적인 외면이라든가 보이콧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잖은 외국 K팝 팬이 SNS, 뉴스 댓글을 통해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차라리 큰 사건이 확실하게 터져서 다행이다. 이번 사건은 기획사들의 안일한 아티스트 관리와 한국 아이돌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돌아보게 해 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작금의 사태를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연예인이 그렇듯 아이돌들도 언제 갑자기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력이 갖춰지면 사업을 벌이곤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과 부에 대한 욕심이 앞선 나머지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생긴다. 승리의 사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획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을 면밀히 점검하고 단속해야 한다. 방송이나 공연 스케줄을 잡아 주는 것이 매니지먼트 업무의 전부가 아니다.

기획사에서 수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아 데뷔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가수를 꿈꾸는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학교는커녕 집에도 가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기획사는 이런 연습생들에게 어른이자 선생 역할을 제대로 해 줘야 한다. 소속 아티스트가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곁에서 자상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지도하는 것이 기획사의 할 새로운 사명이다.

무엇보다도 도덕성 함양과 윤리관 확립이 중요하다. 아이돌 가수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는다. 최소 두세 명의 스태프가 옆에 붙어서 일거수일투족을 돌봐 준다. 유명해지면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꾸는 큰돈을 쉽게 번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는 생각에 특권의식에 사로잡히기 십상이다.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이 나눈 메신저 대화에서 죄의식이 결여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인성이 올곧게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공을 맛본 결과다.

기획사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가무에 능한 것이 다가 아님을 통감해야 한다. 아티스트도 마찬가지로 유념해야 할 것이다. 멤버들이 한목소리로 활기차게 인사하고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는 행위가 아이돌의 기본 소양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견실한 사람 됨됨이를 갖추는 교육이 절실하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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