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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단골 테러 총기 ‘반자동 소총’ 전면 금지 추진

사진=AP뉴시스




뉴질랜드 정부가 브렌턴 태런트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이후 민간인 소유 반자동 소총을 수거하고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총기규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총기 소지에 비교적 관대했던 뉴질랜드 국민들도 반자동 소총을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등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구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총기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9일 의회 연설에서 “뉴질랜드 총기 로비단체들 때문에 총기규제 계획이 완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총기규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내각은 이미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전날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총기 소지자들에게 “언제든 경찰서를 방문해 총을 반납할 수 있다”며 “이미 많은 사람이 총을 반납한 것으로 안다. 국민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며 다른 사람들도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2017년 10월 30대 젊은 여성으로 급작스럽게 총리직에 올랐던 아던 총리는 경제정책 실책을 이유로 한때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총기난사 사건 수습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오는 25일 총기규제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반자동 소총 소지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던 총리도 “뉴질랜드 국민들은 민간인들이 군용 반자동 소총을 소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지난 15일 이슬람사원 총기난사를 저지른 태런트는 AR-15 반자동 소총과 산탄총 등 총기 5정을 범행에 사용했다. 태런트가 이 총기들을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뉴질랜드에서는 반자동 소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AR-15는 지난 수십년간 테러와 총기난사에 자주 쓰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 AR-15의 군용 버전이 미군 제식소총으로 잘 알려진 M-16이다. 지난해 10월 11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피츠버그 유대교회당 총기난사 사건, 사망자만 59명인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 호텔 총기난사 사건 때도 AR-15가 등장했다. 35명의 사망자를 내 호주 총기규제 개혁을 촉발한 1996년 포트 아서 대학살 사건에도 AR-15가 사용됐다. 호주 국적자인 태런트가 자국의 강력한 총기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뉴질랜드를 범행 장소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질랜드 국민들도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목축업이 발달한 뉴질랜드에서는 수렵과 유해 야생동물 퇴치 등을 목적으로 총기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총기 관련 범죄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총기규제에 대한 경각심이 희박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2005년과 2012년, 2017년 세 차례 총기규제 강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민적 인식도 바뀌고 있다. 경찰서에 반자동 소총을 제출한 농장주 존 하트는 트위터에 “반자동 소총은 농장에서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편리하자고 총기 오용의 위험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다른 나라로 확산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반자동 소총을 사용한 총기난사 사건이 빈번한 미국에서는 총기규제 시도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서부 개척과 민병대 등 독특한 역사적 전통 때문에 총기 소유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다. 크리스 머피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뉴질랜드 총기난사 사건 직후 트위터에 “AR-15는 사냥에 적합하지 않다. 자기 집을 지키는 데 반자동 소총은 필요가 없다”면서 “이런 무기들은 살인자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는 데만 소용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미국 보수 매체 더페더럴리스트는 즉각 “AR-15 금지가 범죄와 총기난사를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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