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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제조 공정서 제품까지 AI·로봇으로 혁신 또 혁신

삼성전자 직원이 지난달 19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 내 가전 전시관 ‘프리미엄 하우스’에서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내부를 살펴보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수원=김지훈 기자


삼성전자 모델이 지난달 1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19’에서 조리 보조 로봇팔 ‘삼성봇 셰프’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19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에 설치된 가전 전시관 ‘프리미엄 하우스’를 찾았다. 첨단 거실·부엌 등을 구현해놓은 이곳은 이용자가 인공지능(AI) 비서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가전을 제어할 수 있었다. 전시관 시연 직원은 모든 가전 작동을 AI 비서 호출음 ‘하이 빅스비’로 시작했다. 직원이 “하이 빅스비, 나 집에 왔어”라고 하면 빅스비가 거실 전등과 스탠드, TV, 공기청정기 등 여러 가전을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식이다.

직원이 스마트폰 AI 비서에게 “나 영화 볼 거야”라고 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TV 주변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고 공기청정기는 조용한 약풍으로, TV 화질은 영화 모드로 변했다. “냉장고에 뭐 들어 있어”라고 물었을 땐 AI 비서가 냉장고 안쪽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줬다.

가전에 탑재된 AI는 이용자의 상태와 이용 패턴을 이용자가 말하기 전부터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준까지 진화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 AI는 미리 정해놓은 대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전의 기존 기능을 변형·추천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AI가 이용자의 음성이나 표정·위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자업계가 제조 공정을 넘어 가전·산업용 제품에 AI·로봇 혁신을 더하고 있다. 소비자용 AI 가전부터 산업용 외골격 로봇까지 ‘머리’와 ‘근육’을 더한 기기로 정체된 가전산업의 돌파구를 찾는 게 목표다.

LG전자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19’에서 AI 기반 와인냉장고와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공개했다. 이용자가 와인을 저장할 때 스마트폰 앱으로 라벨을 찍으면 이 와인냉장고가 자동으로 와인 정보를 기억한다. 와인냉장고는 이용자가 앱에 입력하는 와인 맛 평가까지 고려해 특정 메뉴와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한다. 과거 집 안에서 수동적인 보조장치에 머물렀던 가전이 이용자의 생각을 능동적으로 구현하는 비서처럼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두뇌가 형성되면서 팔·다리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같은 전시회에서 요리 보조용 로봇팔 ‘삼성봇 셰프’를 공개했다. 3개 관절로 이뤄진 이 로봇팔은 주방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셰프의 요리를 돕는다. 팔 끝에는 3개의 손가락이 달려 각종 요리 도구를 쥘 수 있다. 이 팔은 식재료를 자르거나 소금을 치는 조수 임무를 수행한다. 이용자의 음성 명령 또는 앱 조작으로 움직인다. 삼성전자는 “AI를 접목한 미래 주방용 콘셉트 제품”이라며 “가정·레스토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고령세대를 겨냥한 반려 로봇인 ‘삼성봇 케어’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이용자의 혈압·심박수·호흡·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복약 지도를 한다. 가족과 주치의가 스마트폰으로 사용자의 건강관리 일정을 설정해 점검할 수도 있다. 낙상·심정지 등 위급상황을 감지하면 119에 연락하고 가족에게 상황을 알린다. 또 집 안 공기가 오염된 곳을 감지해 정화하는 ‘삼성봇 에어’, 쇼핑몰이나 음식점에서 서빙과 결제를 하는 ‘삼성봇 리테일’도 공개했다.

스마트팩토리 등 제조 현장에 보급될 산업용 AI·로봇 제품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보행 보조 로봇’은 고관절, 무릎, 발목 등에 착용하면 근육의 부담을 덜어주고 신체 에너지 소모를 줄여준다. 근력 저하와 각종 질환, 상해 등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재활이나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 고관절 착용 로봇의 경우 걷을 때 필요한 힘을 20% 정도 보조해 줘 걷는 속도가 20% 빨라진다. 무릎에 착용하는 로봇은 무릎이 감당하는 무게를 30㎏ 정도 줄여준다. 체중에 많은 영향을 받는 관절염 환자 등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로봇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주도로 ‘개인화’ 기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수시로 변하는 환자의 몸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맞춰 보행 보조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LG전자 역시 산업용 로봇 육성에 적극적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산업용 로봇 제조 자회사 ‘로보스타’를 방문해 산업용 로봇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인 엔젤로보틱스, 네이버 등과도 손잡고 AI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바지를 입는 것처럼 다리에 착용하면 물류센터나 건설 현장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더 무거운 짐을 들 수 있도록 돕는 ‘클로이 슈트 봇’을 공개했다. 이 슈트 봇은 주변 환경 데이터를 학습·분석해 착용자의 위험을 예측한다. 그동안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나오던 외골격 로봇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세계 제조업용 로봇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5%, 전문·개인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각각 최대 25%·35%씩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자율주행과 AI 기술의 발달로 물류와 의료, 홍보 로봇 등이 유망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됐다. 시장조사 기업 마켓리서치엔진은 “전 세계 외골격 로봇 시장은 매년 24%씩 성장해 2024년이면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원=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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