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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도 몰라… 난수표 準연동비례제

자유한국당 황교안(왼쪽 세 번째) 대표와 소속 의원, 당협위원장들이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비상연석회의를 열고 ‘좌파독재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 대표는 여당의 선거제 개편 추진 등을 “좌파독재정권 수명 연장을 위한 입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최현규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선거제도 개편안이 ‘난수표’처럼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50%만 적용하는 동시에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배분하고 석패율까지 가미한 고차방정식이 되면서 의원들조차 “천재가 돼야 이해할 수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합의에 동참한 야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편안을 설명하며 “각 당의 추인 절차를 거쳐 여야 4당이 공동 발의하면 즉시 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산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제실에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안에 따르면 의석수는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총 300석이다. 비례의석을 배분하려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단 정당 득표율이 전체 확보 의석 기준이 된다. 하지만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전부 보장해주는 100% 연동형 비례제가 아니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은 ‘연동률 50%’만 적용한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75석을 이런 방식으로 나누고도 남는 비례대표 의석은 현재처럼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2차 배분을 한다. 정당별로 확보한 비례대표 의석은 다시 각 당이 권역별로 얻은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의석 등을 고려해 권역별(지역구를 여러 개 묶은 단위)로 배분하게 된다. 여기에 석패율제도 추가됐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석이 300석인 연동형 안이라면 합의를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북·미 회담처럼 노딜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 정개특위 협상 대표인) 천정배 의원에게 ‘지금 이 설명을 이해하는 천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 웃더라”며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는 제도”라고 했다.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탈당까지 언급하며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극렬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런 기형적 제도는 선거조작 프로그램”이라고 비난했다.

정개특위 심 위원장이 비례대표 산출 방식에 대해 전날 “국민들은 알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이해하기 어려운 선거제를 국회가 던져주고 유권자는 표만 찍으면 된다는 시대착오적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심 위원장은 “‘복잡한 산식은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하니 법제실에 의뢰한 상태다. 안이 만들어지면 그때 설명 드리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개편안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금 제도에서는 민심이 왜곡되고 자신의 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선거제도만 연구한 나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50% 연동형 제도는 괴물이다. 전 세계에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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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전체 의석을 보장해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50%만 도입하는 제도. 예를 들어 100% 연동형에서는 A정당이 정당 득표율 10%를 얻은 경우 전체 300석의 10%인 30석이 최종 배분된다. 지역구에서 20석이 당선됐다면 비례대표로 나머지 10석을 채워주는 식이다. 하지만 50% 연동형은 10석의 절반(5석)만 비례대표로 보충해준다.

임성수 이종선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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