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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정준영 사태 이후… ‘아이돌 꿈’ 뜯어말리는 부모들




김모(44·서울 강북구)씨는 지난 주말 아들(14)에게 “아이돌 가수가 되려는 꿈을 단념하라”고 말했다. 아들은 대형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을 1차 목표로 2년째 댄스·보컬학원에 다니고 있다.

김씨는 18일 “그간 많은 아이돌이 노력 끝에 부와 명예를 얻고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승리와 정준영 등이 연루된 사건을 보면서 혹여 아들이 인성이 배제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일명 ‘승리게이트’로 드러난 연예인들의 비뚤어진 이성관과 인권의식 부재가 아이돌 선망 현상에도 경종을 울리는 모양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생 전문 댄스학원의 관계자는 “앞선 2주간 수강생 10명이 등록을 취소했다”며 “대부분 자녀의 탈선을 걱정한 학부모들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사 연습생을 포함해 아이돌 지망생은 현재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연습생이 아이돌그룹 멤버로 데뷔하기까지는 평균 3~4년이 소요된다. 연습생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정식 가수로 데뷔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강남구의 A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노래와 춤의 완성도를 보는 월말평가에서 일정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연습생 생활도 그만둬야 한다”며 “인성보다는 실력과 외모, 끼를 우선시하기에 연습생 사이에 경쟁은 매우 치열하고 일반 또래에 비해 성공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정서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돌로 성공했을 때 비정상적인 욕구와 그릇된 도덕관념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문제의 아이돌들이 여성을 물건 취급하고 성접대 알선과 경찰과의 유착을 의심케 하는 대화를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했다는 생각에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며 “마약과 성매매 등 위법행위를 해도 ‘나는 남들과는 다른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에 용인될 것이라는 자만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류로 인해 거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여겨지면서 아이돌들의 특권의식이 전보다 더 공고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명성과 부를 이용해 수사기관 관계자와도 결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획사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도 많다. 인성교육 및 심리상담 등의 프로그램은 현재 극히 일부 기획사만 갖추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습생들이 일상과 학업을 포기하고 있는 만큼 연예기획사에서 인성 교육 프로그램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서 “그간 연예계 내부에서는 힘 없고 약한 지망생들에 대한 착취 문제가 있었다”며 “그 이면에 권력층과 수사기관의 비호가 있다는 의심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의혹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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