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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과 승리의 출두 현장, “조사 성실히…” 속죄는 없었다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건물 입구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을 향해 허리 굽혀 사과하고 있다. 그는 “국민 여러분과 주변에서 상처 받고 피해 받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최예슬 사회부 기자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정준영(30)이 14일 경찰 포토라인에 섰다. 한류 아이돌의 대표 주자인 승리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였던 정씨는 성매매 알선,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라는 질 나쁜 범죄와 관련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로 팬의 마음을 사로잡던 ‘우상’들이 추락한 모습은 초라했다.

포토라인 앞에 선 승리와 정씨는 국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죄를 인정하진 않았다.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찾은 정씨는 갈색 꽁지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었다. 포토라인에서는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허리를 굽혀 한껏 자세를 낮췄다. 옆 사람이 겨우 들릴 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연신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휴대전화 원본을 제출할 것인지 등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이 임할 것”이라고만 했다. 모든 죄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사과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승리도 4시간 뒤 같은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승츠비’(위대한 개츠비와 승리를 합친 말)로 불리며 성공한 아이돌이자 수완 있는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얻었지만 지난 한 달간 끝없이 추락했다. 국내외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대중의 배신감은 컸다.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자 승리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조금도 식지 않았다.

그 역시 혐의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다. ‘성접대 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국민 여러분과 주변에서 상처 받고 피해 받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준비한 말만 했다. ‘카톡이 아직도 조작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를 중간에서 잘랐다. “제가 어떤,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진실된 답변으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을 마쳤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함께 있었던 투자업체 유리홀딩스 대표인 유인석씨도 이날 광수대에 출석했다.

승리에 이어 FT아일랜드 최종훈, 하이라이트 용준형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아이돌이 줄지어 연예활동을 중단·은퇴하면서 한류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여성 팬들을 타깃으로 하는 남성 아이돌이 여성을 성 상품화하고, 놀이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K팝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충격적인 사건이다. 씨엔블루 소속이자 연기활동도 활발히 해 온 이종현도 문제의 대화방에서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고 부적절한 대화를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보도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씨의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는 의혹을 부인했다.

한류 아이돌의 몰락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연예인들의 윤리 교육을 뒷전으로 하고 희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는 약속했던 대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고 처벌을 달게 받는 것이다. 자신들을 비호한 권력기관과 인물에 대한 고백도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팬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다.

최예슬 사회부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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