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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 간 ‘버닝썬’… 경찰 ‘고위급 유착 의혹’에 위기감

각각 불법 동영상 유포와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왼쪽 사진)과 승리(본명 이승현)가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검찰이 클럽 ‘버닝썬 사태’로 촉발된 유명 연예인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직접 수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찰이 유착 의혹 사건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검찰 수사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는 절박감도 감지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버닝썬 사건에 대해 “경찰이 연루됐다는 보도도 있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박 장관 발언 직후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11일 가수 정준영(30)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근거로 정씨의 성관계 동영상 유포 의혹, 정씨 등 연예인들과 경찰 최고위급 간부의 유착 의혹 등을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공익신고에 경찰 유착 관계, 부실수사, 동영상 유포, 성범죄 관련 내용들이 있었다”며 “이 사건은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권익위의 판단은 경찰이 유착 의혹 수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민들이) 도둑잡는 데 도둑이 나서겠다고 이해하지 않겠느냐”며 “민갑룡 경찰청장은 당장이라도 (수사에서) 빠지겠다고, 검찰에 넘기겠다고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사법처리된 전직 경찰만의 비호로 이처럼 거대한 비리가 계속될 수 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에 수사 결과가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언급한 전직 경찰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모씨다. 그는 지난해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서 넘어온 자료를 검토한 뒤 조만간 사건을 일선 부서에 배당할 계획이다. 정씨의 성관계 동영상 유포 및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의 경우 진행 중인 경찰 수사를 지휘하며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정치권 및 여론, 권익위의 수사 의뢰 등을 감안해 조속히 직접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유착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현재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언급된 인물에 대한 내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찰이 수사 진척을 이유로 검찰 수사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일선 경찰은 연일 유착 의혹이 부각되자 2011년 ‘함바 비리’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검찰의 수사로 전직 경찰청장 등 고위직 상당수가 처벌받아 경찰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의 당면 현안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 고위급의 유착 의혹이 드러난다면 수사권 조정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동성 이사야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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