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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돌이·집순이’, ‘짜이난·짜이뉘’ 급증에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도 들썩



대학생 김모(26)씨는 유튜브나 컴퓨터게임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거나 잠들기 전에 게임을 몇 판하는 게 일상의 낙이라고 한다. 유튜버들이 만든 콘텐츠를 보기도 하고,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을 편집해 올린 5분짜리 클립을 연달아 시청하기도 한다. 최근 중고차를 알아볼 때도 유튜브를 이용했다. 김씨는 “중고차를 살 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글로 읽으면 복잡한데 영상으로 보면 쉽고 재밌다”며 “주말에 집에 있을 때도 주로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나 혼자 노는’ 집돌이·집순이가 늘면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들썩인다.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하고, 혼자서도 여가를 잘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경제의 중심축으로 들어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김씨처럼 집에서 주로 여가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홈루덴스족’이라고 부른다. 집(Home)과 놀이(Ludens)를 합친 말이다. 기존에는 집돌이·집순이로 불리며 부정적 시선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14일 소셜매트릭스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집돌이·집순이와 관련된 감성어 가운데 ‘행복’ ‘즐기다’라는 단어가 2017~2018년 새롭게 등장했다. 즉 온라인에서 집돌이, 집순이라는 단어와 즐기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중국에서 집돌이·집순이를 일컫는 ‘짜이난(宅男)’ ‘짜이뉘(宅女)’가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 시청에 보내는 시간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퀘스트모바일에 따르면 중국인의 하루 평균 모바일 이용시간은 300분가량(지난해 기준)에 이른다. 2014년보다 3배 넘게 늘었다. 이런 환경을 발판으로 중국의 인공지능(AI)·콘텐츠 스타트업인 바이트댄스는 750억 달러(2018년 기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 유니콘 스타트업 랭킹에서 우버를 제쳤다. 2012년 창업한 이후 6년 만에 이런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이 한국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관련 지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한류 콘텐츠에 잠재한 무궁한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중국에서의 경쟁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전에 이미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고질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근 ‘승리 사태’로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폭락한 것처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사람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디어나 콘텐츠기업의 주가도 흥행 여부에 따라 타격이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투자를 고려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대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준비된 사업자만이 앞으로의 변화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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