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물의 연예인 ‘사과→ 자숙→ 복귀’… 도덕적 해이 키운다



‘성관계 몰카’ 파문의 장본인인 가수 정준영은 2016년 9월에도 여자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여자친구와 영상을 찍긴 했지만 몰래 촬영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는데 대중의 시선은 그때에도 곱지 않았었다. 결국 정준영은 출연 중이던 예능 프로그램 ‘1박2일’(KBS2)에서 하차하는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자숙 기간은 고작 3개월에 그쳤다. 이듬해 1월 15일 1박2일에 다시 출연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한 달 뒤에는 새 음반을 발표하고 콘서트까지 열었다.

그렇다고 당시 정준영의 행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던 것도 아니었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잠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슬그머니 복귀하는 건 언젠가부터 연예계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방송가와 가요계 분위기가 연예계의 도덕적 해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0년 이후 범죄를 저질렀거나 추문에 연루된 연예인이 ‘사과→자숙→복귀’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과거 상습 도박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방송인 김용만 이수근 붐 탁재훈 등은 저마다 1~3년 자숙 기간을 가진 뒤 컴백해 활동하고 있다. 배우 윤제문과 가수 호란은 각각 음주운전으로 3번이나 적발돼 큰 비난을 샀지만 은근슬쩍 복귀했다.

은퇴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질 정도의 엄청난 사건에 연루됐던 연예인 대다수도 컴백에는 무리가 없었다. 2013년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돼 물의를 빚은 배우 박시후는 2016년부터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2016년 성추문에 휘말렸던 가수 박유천은 최근 새 음반을 발표하고 콘서트도 열었다. 방송인 신정환은 2010년 원정도박 혐의가 불거졌을 때 “관광 목적으로 필리핀에 간 것이며 뎅기열까지 걸렸다”는 거짓 해명을 내놓아 실망감을 안겼었다. 복귀가 불가능할 것 같던 신정환도 2017년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대마초 흡연으로 복역했던 래퍼 이센스는 지난연말 한 시상식에 등장해 입길에 올랐다. 그가 2017년 8월 음악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WTFRU’라는 곡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미안합니다 판사님/ 선고날 내가 했던 말의 반은 가짜지/ 난 병원에서 먹으라고 주는 알약이 싫어.”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 방송가에서 완전히 퇴출된 사례는 병역기피 의혹을 샀던 가수 유승준이나 MC몽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준영 역시 언젠가 복귀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연예계에 만연한 도덕 불감증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방송사나 연예기획사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들의 도덕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이어도 그동안 구축한 ‘캐릭터’ 덕분에 활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생기면 출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예기획사들 역시 연예인의 인성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라며 “연예인이 물의를 빚으면 사건을 빨리 덮으려 하는 ‘사후 대처’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이른바 ‘승리 게이트’와 관련해 “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과 관련된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사태를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법적 대응 운운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당장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만 의혹들은 남아 언젠가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훈 강경루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