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정준영 입건… 합의 촬영했어도 유포는 유죄

자신과 성관계한 여성의 동영상과 사진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씨가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기하던 취재진이 동영상 유포에 관한 여러 질문을 하자 "미안하다"며 공항을 도망치듯 빠져 나갔다. 인천공항=권현구 기자


경찰이 성관계한 여성의 동영상과 사진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유포한 혐의로 가수 정준영씨를 12일 입건했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정씨는 이날 귀국했다. 경찰이 본격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해자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다. 2차 피해 우려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정씨를 입건하고 출국금지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13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계획이다. 그는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지난 3일 출국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다가 이날 오후 6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안하다. 질문에 답 못하겠다. 계속 질문하면 그냥 갈게요”라고 말하며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지만 몰카 범죄 강경 대응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12월 법이 개정돼 처벌 기준이 높아졌다. 피해자와 합의하에 촬영했다고 해도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카톡방에서 영상물을 본 다른 이들에 대한 처벌 기준은 모호하다. 영상을 내려 받아 재유포했다면 범죄다. 하지만 단순히 영상을 본 행위에 대해 형사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경찰은 2015년 말부터 현재까지 정씨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이 10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해 여성의 수와 정씨의 촬영·유포 행위를 각각의 범죄로 본다면 형이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여러 개의 피해사실과 촬영·유포 행위를 각각의 죄로 본다면 이론적으로 7년6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성매매알선 혐의로 입건된 가수 승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정씨와 승리가 받고 있는 혐의는 모두 실형 선고 비율이 높지 않다. 지난해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몰카 촬영·유포 사건의 실형 선고율은 11.9%에 그쳤다. 성매매알선 또한 2017년 기준 실형이 13.8%, 집행유예가 57.8%의 비율을 차지했다.

정씨는 2016년에도 여자친구 A씨와 교제하면서 성관계 중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논란이 됐다. 당시 정씨는 기자회견에서 “상호 인지하에 장난삼아 촬영한 짧은 영상이었다”고 해명했다.

여성단체는 여성을 ‘정복 대상’으로 보는 행태에 우려를 표했다. 몰카 범죄를 규탄해온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 중인 한솔 활동가는 “성관계 영상을 놀이식으로 공유한 것 자체가 대상 여성을 전리품으로 봤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업팀장은 “이 사건을 자극적인 가십으로 소비하는 대신 피해사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씨가 유포한 영상 관련 여자 연예인의 실명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퍼지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최예슬 이가현 기자 smart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