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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시비로 열린 버닝썬, 마약·性·몰카 ‘초대형 스캔들’로

아이돌 그룹 빅뱅의 승리가 공동대표로 일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클럽 ‘버닝썬’은 마약 유통 및 성범죄 논란으로 최근 문을 닫았다. 뉴시스


버닝썬 인근에 위치한 클럽 ‘아레나’. 승리는 이곳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작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시비였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승리가 관여한 것으로 유명한 클럽이었다. 이때만 해도 사건이 성(性)·마약으로 뒤범벅이 된 초대형 스캔들로 번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3개월 만에 단순 폭행은 마약으로, 성폭력으로, 다시 성로비와 불법촬영 의혹으로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버닝썬 고객 김모(28)씨는 지난해 11월 말 ‘가드’라고 불리는 버닝썬 직원과 경찰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취객과 클럽 직원 간의 단순 분쟁은 폐쇄회로(CC)TV가 공개된 후 반전을 맞았다. 영상에는 김씨가 무차별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행패를 부려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김씨에게 우호적이었다. 김씨의 호소가 담긴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동의자 20만명을 넘겼다.

이때 등장한 것이 버닝썬 MD로 알려진 ‘애나’라는 닉네임을 가진 중국인 여성이었다. 당시 클럽 측은 폭행 사건을 해명하며 김씨가 여성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버닝썬 관계자인 애나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 스캔들의 출발이었다.

애나는 클럽 내 마약 공급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애나가 등장한 직후부터 버닝썬 내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여성 고객에게 물뽕(GHB)을 먹이고 강간하는 문화가 클럽 내부에서 횡행했다는 것이다. 대형 클럽의 경우 직원들이 마약을 적극 유통하고 이를 이용한 성폭력을 방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긴다고도 했다.

물뽕 논란은 일반 마약류로 번졌고, 버닝썬에서 여러 종류의 마약이 공공연하게 유통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애나의 집에서는 마약으로 의심되는 액체와 백색 가루가 다수 발견됐다.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영업사장 한모씨 모발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승리가 직접적인 수사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클럽 홍보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이 대표는 물론이고 애나와도 막역한 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결정적으로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시도했다는 증거가 폭로됐다. 클럽을 성접대 장소로 이용하려 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대화록이 공개된 것이다.

승리 측은 ‘가짜뉴스’라고 즉각 반박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경찰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도 “성매매 시도 관련한 대화록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본은 존재했다. 한 공익제보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증거를 제출했다. 승리는 11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불똥은 승리의 ‘절친’으로 알려진 남자 연예인들에게로 튀었다. 성접대를 논의한 문제의 채팅방에 스타급 연예인들이 다수 포함됐고, 이곳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채팅방 참여자들이 여성을 품평하고 조롱하는 대화까지 고스란히 공개됐다. 주요 멤버 중 한 명은 가수 정준영씨였다. 피해 여성은 최소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촬영 중이던 정씨는 12일 급히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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