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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발포 명령 질문에 “이거 왜 이래?”… 짜증 섞인 광주 일성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건의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전씨 측은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광주=최현규 기자


“이거 왜 이래?”

11일 낮 12시35분쯤 광주지방법원 법정동에 도착한 전두환(88) 전 대통령은 한 기자가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묻자 이같이 말하고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후 39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서게 된 전씨가 짜증스럽게 내뱉은 한마디였다. 전씨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날 전씨가 탄 차량이 법원 후문으로 들어오자 취재진과 경호원들이 뒤엉키며 한때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정문에서 기다리던 5·18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은 200여m를 달려와 “전두환을 구속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등을 외쳤다. 이들은 ‘5월 영령 통곡한다’ ‘전두환은 죗값을 받으라’ 등의 손팻말을 든 채 즉석 집회를 열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앞서 전씨는 오전 8시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다. 전씨는 중간에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으나 휴게소에 들렀을 때 취재진이 접근하자 이를 피해 바로 광주로 직행했다. 전씨가 탄 차량은 빠른 속도로 달려 재판 시작 시각보다 2시간가량 일찍 도착했다.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씨는 승용차에서 내린 직후 주변을 둘러보며 다소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법정동 내부로 들어갔다. 신뢰관계인으로 동행한 부인 이순자씨가 뒤를 따랐다. 검찰과 경찰은 전씨가 자진출석함에 따라 법원과 협의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전씨의 차량이 나타나자 법원 주변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감옥이나 가라”거나 “구속해라”고 고함을 외쳐 한때 분위기가 다소 격앙됐다. 하지만 이들은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약속에 따라 계란을 던지는 등의 물리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 마당에선 ‘5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수차례 집회를 이어갔다. 광주시 지산동에 사는 김순심씨(65)는 “저리 반들반들한 얼굴인디, 치매 걸린 사람이 저리…”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천벌을 받을 사람”이라고 꾸짖었다.

법원 정문 앞 광장에서도 5·18단체 회원과 시민·학생 등 300여명이 두 줄로 나눠 선 채 ‘국민의 명령이다. 전두환은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법원 바로 앞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전씨는 이날 오후 재판을 마치고 서울로 귀가하던 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들러 30분 정도 치료받았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씨가) 몸이 불편하다고 해 병원에 들렀다”며 “단순 면담이나 진찰만 받은 게 아니라 치료를 받았다. 어디를 치료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광주지법을 떠난 지 약 5시간 만에 연희동 자택에 도착한 전씨는 처음 집을 나설 때처럼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광주=장선욱 김용권 기자, 박상은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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