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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배 없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처음 3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GNI 2만 달러를 달성한 지 12년 만의 일로, 인구 5000만명 이상의 국가들 틈에서는 7번째 기록이다. 하지만 정작 가계는 늘어난 소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은행은 “축배를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5일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자료를 내고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1349달러를 기록, 2006년(2만795달러) 이후 12년 만에 2만 달러대에서 3만 달러대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과 일본은 5년, 미국은 9년이 걸려 2만 달러대에서 3만 달러대를 달성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선진국의 지표’라는 3만 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가계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성장의 과실이 가계보다는 기업 쪽으로 흘러갔다는 지적은 그간 계속돼 왔다. GNI는 국민 각자의 집안살림 이외에도 기업의 영업이익, 정부의 과세 소득 등이 합쳐져 구성된다. 한국의 경우 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69.0%였지만 2017년엔 61.3%로 줄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은 이 비중이 70%대다.

결국 3만 달러 가운데 가계소득은 2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실제 2017년 기준 1인당 가계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6573달러(약 1874만원)에 불과하다. 이 숫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오는 6월 발표된다.

경기 후퇴 국면에서의 3만 달러 돌파였다는 점도 체감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한은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3.0% 성장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영향을 받던 1998년(-1.1%)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양극화도 진행 중이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실정이다.

이날 한은 발표와 함께 한국 경제의 다음 과제는 ‘1인당 GNI 4만 달러’로 제시됐다. 1인당 GNI 4만 달러를 돌파한 국가는 2017년 기준 22개국이다. 앞서 영국은 2년, 프랑스와 일본은 3년 만에 3만 달러대에서 4만 달러대로 올라섰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단시간 내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한국 경제의 주력 제조업들은 앞날이 어둡게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뒷받침한 것은 2007년 이후 11년 만의 최고치였던 정부 소비였다.

한은 관계자는 “4만 달러 도달까지는 10년 미만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저출산 및 고령화,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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