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황교안, 23년 전 ‘이회창의 길’ 가나… 내년 총선이 최대 변수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황 대표 취임 후 첫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악수하면서 “축하한다”고 말했고, 황 대표는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의 미래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과거 당대표를 거쳐 대선후보까지 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유사한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둘 다 법조인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냈고, 정치권 밖에 있을 때부터 보수 진영 대권주자로 거론되다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정계에 입문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황 대표가 23년 전 ‘이회창 모델’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정치적 상황이나 대응 방식에서 두 사람의 차이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3일 “황 대표의 정치권 입문 과정을 보면 이 전 총재의 입당 장면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15대 총선을 석 달 앞둔 1996년 1월 24일 이 전 총재는 강삼재 사무총장과 주요 당직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지난 1월 15일 황 대표도 이와 비슷한 환호를 받으며 한국당에 입당했다.

이 전 총재와 황 대표 모두 경기고 출신 법조인이다. 이 전 총재는 판사생활을 33년 했고, 황 대표는 검찰에 28년간 몸담았다. 이후 각각 김영삼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총리를 역임하고 60대 초반(이 전 총재는 만 61세, 황 대표는 만 62세)에 정계에 입문했다.

입당 1년 후 당대표가 된 이 전 총재와 달리 황 대표는 입당 두 달도 안 돼 당권을 잡았다. 하지만 황 대표는 2·27 전당대회에서 50.0%의 득표율로 당선된 반면, 이 전 총재는 1997년 9월 전대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여당 총재를 대통령이 내정해 선출했던 97년과 현재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황 대표의 당내 기반은 이 전 총재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황 대표가 친박근혜계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면 보수 진영의 간판이 아닌 ‘친박계 대표주자’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그가 전대 과정에서 내세운 ‘통합’의 첫 시험대는 4일 발표할 당직 인선이다. 황 대표는 ‘원조 친박’ 한선교(4선) 의원을 사무총장에, 친박계 재선 이헌승 의원을 대표 비서실장에 각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가까운 비박근혜계 김세연(3선)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기용해 통합 모양새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총재 수락 연설에서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의 마감’을 천명하며 김영삼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섰던 이 전 총재와 달리 황 대표는 전대 때 지난 정부에 등을 돌리지 않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절차에 문제가 있다” “최순실 특검 연장을 불허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경우 당의 외연 확장과 보수 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 전 총재가 입당 3개월 만인 96년 4월 15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배지를 단 것과 달리 황 대표는 최소 1년 넘게 원외에서 당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다. 황 대표는 이르면 5일부터 새벽시장을 돌며 민생 행보를 시작한다. 당 일각에서는 “정치 신인인 황 대표가 원외에서 대여 투쟁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황 대표 대권가도의 최대 변수는 내년 4월 총선이다. 이 전 총재는 15대 총선 당시 중앙선거대책위 의장으로서 수도권 승리를 견인했고, 16대 총선에서도 원내 1당을 유지하면서 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 후보로 나설 수 있었다.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와 당의 명운이 모두 어두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종선 이형민 기자 remember@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