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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란 北 경제, 실제론 위기 국면?

사진=게티이미지




안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밖에서는 제재 해제를 요청한 북한의 경제 성적표는 어떤 수준일까.

북한 주민 절반이 빈곤에 허덕이는 실상은 시장 지표로 곧바로 드러나진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북한의 쌀값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2017년 이후 휘발유 가격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환율과 쌀값 등의 전형적 지표들은 북한에서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라며 “평양은 부동산 ‘붐’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보도했다.

이는 대북 제재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북한의 대외 교역이 급감하고 농업이 침체됐지만, 비공식적인 ‘장마당’ 경제를 중심으로 버텨 나간다는 것이다. 활발한 밀수, 그간 비축한 외환보유액의 사용, 중국으로부터의 보이지 않는 자금 조달 등의 역할도 단정적 판단을 어렵게 한다. 국내 경제기관들도 “북한 경제를 보는 시선에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한다”고 한다.

북한은 경제성장률을 두고도 엉뚱한 주장을 편 바 있다. 한국은행은 2017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에 비해 3.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추정했지만, 북한 사회과학원 이기성 교수는 지난해 10월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계산은 추정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 북한의 GDP는 307억 달러로, 2016년의 296억 달러보다 늘었다”고 주장했다. -3.5%가 아니라 +3.7%라는 얘기인데, 정작 소비나 투자, 물가상승률 등 다른 경제지표들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경제의 동향이 핵무기 개발 시도로 비슷한 형태의 제재를 겪은 이란의 실상과 다르다는 해석도 있다. 이란은 제재 이후 대외 교역 규모가 극적으로 고꾸라지지 않았지만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시장물가가 3배가량 급등했다. 제재의 고통이 일반 주민에게 미친 셈이다. 반면 북한에서 시장물가가 급등했다는 증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랜 국산화 정책 등으로 어느 정도 경제의 ‘내구성’을 갖췄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이미 위기 국면이라는 의견도 많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대규모의 기근을 겪으며 경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석유 공급 차질을 시작으로 경제위기가 시작됐었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외부에서 경제위기를 포착하는 때가 오면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이란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7년 이후의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북한 경제의 위기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지난 1월 분석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북한의 통계에 대해 “생산량을 화폐가치로 환산하지 않으며, 거시자료의 경우 기준연도를 표시하지 않는 등 객관적인 비교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벤저민 실버스타인 미국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은 “전반적인 위기감은 자료에 드러나지 않지만, 정권은 경제에 대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더 디플로맷’에 썼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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