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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충격… 김정은 서울답방도 차질 빚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을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직접 만나 협의를 계속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 정상이 종전선언 등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나면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이르면 3월 말로 예상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식에서 밝히려던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경제’ 비전을 천명할 계획이었다. 그 전제였던 북·미 합의가 좌절되면서 신한반도 체제 논의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북·미 간 논의와 관련해 “빅딜, 스몰딜 구분을 자제해 달라”며 신중론을 폈지만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한 의미있는 날”이라며 직접 기대감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회담 결렬 직전인 이날 오후 2시(이하 한국시간) 브리핑을 하고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간 대화의 속도와 깊이가 달라지겠지만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전용기) 탑승 전후로 문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회담 결과가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제를 둔 발언이다.

하지만 1시간 뒤인 오후 3시쯤 베트남 현지에서 “북·미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초 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주요 참모와 함께 TV 생중계로 북·미 정상의 합의문 서명식을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일부 청와대 직원들은 방송을 보고 결렬 소식을 들었고, 침통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청와대 내부에선 “비극”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 등의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는 하노이 현지에 나가 있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결렬 원인 분석에 나섰다. 또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향후 외교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차장, 2차장 등 두 수장이 바뀐 국가안보실은 새 진용 첫날부터 상당한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 체제 구상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 평화와 경제를 양대 축으로 남북 공동 번영을 추진하자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었다. 다만 북·미 정상이 이견을 보이면서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 언급을 대폭 줄인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대대적인 3·1절 기념행사를 통해 ‘새로운 100년’을 선포하겠다던 청와대의 계획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김 대변인은 “신한반도 체제 구상의 기본 정신과 그걸 실현해 나가기 위한 우리의 준비, 의지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며 “기념사와 관련해 디테일한 부분은 마지막까지 손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계기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협 가속화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북·미 정상 간 비핵화 합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남북 정상 간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가 불가능해졌다. 실익을 거둘 게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경호 문제 등을 감수하고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도훈 본부장은 이날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한·미 공조를 위한 회동을 하기로 했으나 불발됐다. 비건 대표가 정상회담 결렬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필리핀으로 떠나는 바람에 한·미 북핵 협상 담당자들은 만나지 못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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