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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정치권·막무가내 한유총… 유치원 대란 현실화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8일 1학기 개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한유총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에듀파인 도입에 반대하며 벌인 대규모 시위 모습. 뉴시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 연기 투쟁을 선언했다. 소속 유치원 2000여곳이 참여키로 하면서 사실상 총파업 성격의 집단 휴원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교육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휴업은 불법이므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협의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아이들과 학부모를 볼모로 삼는 막무가내 투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유총은 28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끊임없는 적폐몰이와 독선적 행정에 대해 우리는 2019학년도 1학기 개학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정부를 향해 사립유치원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하고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사립유치원 무상교육과 교사 처우 개선, 누리과정 폐지 등도 요구사항에 포함했다. 이 같은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때까지 개학을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5가지 요구사항은 결국 돈 문제다. 한유총은 대신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 ‘에듀파인’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유보하고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협의하겠다고 하면 개학 연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 투쟁에는 한유총 소속 유치원 2000여곳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성하 정책위원은 “회원 67.8%가 (개학 연기를) 실시하자고 해서 시작한 것”이라며 “2274개 유치원이 (그런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유치원들은 1일 학부모에게 일괄적으로 개학 연기를 안내할 예정이다. 개학을 연기하는 동안에는 유치원 운영을 전격 중단한다.

개학을 불과 나흘 앞두고 발표한 것이어서 학부모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특히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가정은 “한유총의 횡포”라며 분노했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유관 부처와 협조해 이날부터 긴급 돌봄체제를 가동하고 임시 돌봄을 제공키로 했다.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을 집단휴업과 같다고 보고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으로 입학일을 연기했고 학부모에게 돌봄 제공을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사실상 집단휴업”이라며 “유치원 운영위원회 절차를 무시했다면 역시 불법”이라고 했다. 또 입학 연기에 참여한 유치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행정처분을 내리고 우선적으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앞서 집단휴업이나 일방적 폐원에 나서는 유치원을 학급 축소 등 행정처분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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