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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 달성군에 전국 첫 ‘문화·예술 특수학교’… 상생의 시민의식 빛났다

대구 달성군 옥포읍 경서중학교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특수학교와 달성교육지원청 조감도.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시교육청 관계자가 지난해 3월 경서중학교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전국 최초의 ‘문화·예술 중점 특수학교’가 다음 달 대구 달성군 옥포읍에서 첫 삽을 뜬다. 주민들에게 설립 취지를 알리는 설명회를 개최한지 1년 만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주민설명회 개최 후 별다른 민원이나 반대 없이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할 수 있었다. 기피시설로 여겨지던 특수학교가 달성군에서는 왜 어려움 없이 받아들여진 것인까.

14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12월 시교육청은 경서중학교 부지(1만8000여㎡)에 2021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교 25학급 규모(정원 154명)의 특수학교 건립과 달성교육지원청, 달성교육지원청 관할 시설인 특수교육지원센터, 위(Wee)센터 등의 이전을 교육부로부터 승인 받았다.

시교육청은 지역 특수학교 과밀화 등의 해결을 위해 특수학교 건립을 승인받았지만 주민들 반응이 걱정이었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주민들이 특수학교 건립을 강하게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3월 발달장애 특수학교 건립 예정지인 옥포읍 경서중 부지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세 차례 설명회를 가졌다. 걱정과는 달리 설명회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의 없었다.

2017년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에게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까지 꿇고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진 서울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사태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갈등은 지난해 3월 옛 공진초에서 열린 설명회 때까지도 지속되다가 같은 해 9월 갈등의 씨앗이 된 한방병원 건립 노력 등의 내용이 포함되며 겨우 합의에 이르렀다.

달성군 특수학교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옥포읍 주민들의 상생 의지와 지역발전 열망 때문이다. 특수학교 설립에 긍정적인 분위기는 설명회 이전에 이미 조성이 됐다고 옥포읍 주민들은 전했다. 설명회 전에 특수학교 설립 소식이 전해졌고 이 지역 학부모들이 모여 관련 논의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특수학교가 들어옴으로써 문화센터와 수영장 등을 공유할 수 있고 달성교육지원청까지 함께 이전하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 사회적 약자를 이웃들이 함께 품어야 한다는 성숙한 의견들도 많았다고 한다.

옥포읍 관계자에 따르면 경서중 인근에는 아파트 6개 단지가 들어와 있고 2개 단지가 더 들어올 예정이다. 주민이 1만3000명 정도로 옥포읍 주민 절반 이상이 살지만 상권과 문화시설 등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경서중에 다니는 아들을 둔 남현정(41·여)씨는 “젊은 층이 많이 이사를 오지만 문화시설이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신도시 특성 때문인지 특수학교 때문에 지역이 발전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거의 없었고 오히려 특수학교와 함께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특수학교는 기피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시교육청의 설명을 듣고 긍정적인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계획도 주민들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교육청은 30만명을 바라보는 달성군의 교육수요 충족을 위해 2000년쯤부터 남구에 있는 달성교육지원청을 달성군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부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여기에 지역 특수학교 과밀화와 달성군에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다는 문제도 고민이었다. 달성군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이 지역 장애학생들이 20~30㎞ 떨어진 수성구와 남구 등으로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해야 했다. 달성군에서 가장 가까운 달서구 용산동 세명학교는 학생 수가 많아 달성군지역 신입생을 모두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경서중이 이전하기로 했고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시교육청은 특수학교 건립과 달성지원교육청 이전을 한꺼번에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달성군 특수학교 일대를 교육문화복합타운으로 만들어 수영장과 체육관, 도서관 등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은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달성군과 달성군의회도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시교육청의 방침을 적극 알리고 특수학교가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회 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설명회 때 의외로 반발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일부 불만을 가진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항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생의 기틀을 마련해준 옥포읍 주민들을 비롯한 달성군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는 달성군 특수학교는 장애학생들이 예술적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음악과 미술을 중점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기존 3∼4시간인 음악·미술시간이 7∼8시간으로 늘어나고 교육과정도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편성·운영된다. 이는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달성군에 특수학교가 생기면 달성군 장애학생들은 더 이상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에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또 포화상태인 대구 특수학교 정원이 늘어 달성군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학생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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