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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들 “이르면 올해 말 글로벌 경기침체 도래” 경고





“올해 초 희소식은 전면적 불황 위험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쁜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 속도가 비슷하게 저하되는 한 해를 맞았다는 사실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부분 지역에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7년 글로벌 호황 이후 경제 상황은 점차 나빠졌고, 앞으로 수개월간은 ‘성장률 감속’이 세계적으로 ‘동기화’할 것이라는 경고다.

루비니 교수는 “부정적 시나리오들이 현실화되면 올해의 침체 동기화가 2020년 급격한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정적 시나리오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하드 브렉시트(별다른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돌입’ 등이다. 한국은행 등 국내 경제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리스크들과 대동소이하다.

‘닥터둠’이란 별칭처럼 비관론자로 이름난 루비니 교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수롭지 않게 들리기도 한다. 다만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은 비관론이 별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도 경기 침체 우려는 이미 현실이며, 그 시점은 이르면 올해 말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올해나 내년 중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듯하다”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투자자들의 걱정이 여러 곳에서 엿보인다. ‘불 마켓(상승장)’이던 증시는 곧 끝날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실러 교수가 짚은 ‘침체 시기’는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의 예상과도 일치한다. 실러 교수가 침체 가능성을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한 반면 크루그먼 교수는 “상당히 높다”고 말한 정도의 차이만 있다.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 정상회의에 참석한 크루그먼 교수는 글로벌 경제의 연착륙을 기대하는 각국 관료들 태도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투자자들이 향후 경기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올해 말, 혹은 내년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답했다.

불황 혹은 침체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분석은 또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불황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블룸버그가 경제학계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향후 1년 내 경기 침체가 도래할 가능성은 25%였다. 경고음은 다른 수치들에서도 나타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전 세계의 원유 수요를 하루 3059만 배럴로 낮췄다. 이전보다 24만 배럴 하향 조정한 것으로 이유는 ‘수요 부진’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톤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13일 “상반기 코스피지수의 기술적 반등을 예상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국내 증시가 중장기 하락 압력을 받는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다운사이드(가격 하락) 리스크’를 경계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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