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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오디션 키즈’… 거리서 정치 버스킹 하겠다”

자유한국당의 30대 당협위원장 3인과 당 지도부 중 유일한 30대인 정현호 비상대책위원이 15일 국회 본관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정원석 서울 강남을 당협위원장, 정 비대위원, 김용식 서울 노원병 위원장, 김성용 서울 송파병 위원장. 정 비대위원이 이번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2030세대는 자유한국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10명 중 8명가량은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꼰대 정당’, ‘할배 정당’이란 비아냥도 여전하다. 이런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온 청년들이 있다. 지난달 치러진 한국당 조직위원장 공개선발 오디션으로 당협위원장에 오른 김성용(33·서울 송파병), 정원석(31·서울 강남을)씨와 비상대책위원회의 인적 쇄신 작업을 통해 당협위원장이 된 김용식(32·서울 노원병)씨가 그 주인공이다. 당내 30대 국회의원이 단 한 명뿐인 상황에서 이들 30대 3인방은 한국당 세대교체의 기수로 꼽힌다. 국민일보는 15일 이들을 만나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보수의 가치와 꿈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알바생 자르면서 정치 관심

김용식 위원장은 PC방과 카페를 운영하던 소상공인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5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을 4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의 탁상공론으로 직원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당에 입당했다.

정원석 위원장도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문재인정부의 한계를 체감했다”며 “정부의 반기업 정서 때문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력이 다운되는 것을 봤다.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데올로기 중심 사고방식에 크게 불만을 느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성용 위원장은 비운동권 학생운동에 투신하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2012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에 입당해 줄곧 청년정치 활동을 했던 그는 “운동권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는 행태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정당은 새누리당뿐이었다”고 말했다.

‘○○○의 키즈’라는 말이 싫다

김성용 위원장은 조직위원장 공개 오디션에서 하버드대 박사 출신인 상대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당에 몸담아오면서 청년이자 지방대 출신으로 어려움을 느껴왔는데 이번 오디션으로 정치가 엘리트와 기득권의 산물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력자 뒤에서 잽 날리는 정치가 아니라 링 위에서 싸울 수 있는 정치 풍토가 시작됐다”고도 평가했다.

정 위원장은 “이준석, 손수조가 박근혜 키즈였던 것처럼 그동안 한국당의 청년 정치인은 누군가의 키즈였다“며 “인터뷰를 하면 항상 ‘누구의 키즈냐’고 묻는 게 짜증나서 ‘오디션 키즈’라고 답했다. 오디션 덕택에 누구의 키즈도 아닌 내가 입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디션의 진짜 성공 여부는 내년 총선 공천까지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현희를 꺾고 싶다

정 위원장이 표심을 다지고 있는 강남을 선거구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버티고 있다. 한국당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24년 만에 민주당에 빼앗긴 강남 선거구다. 강남 토박이인 정 위원장은 “전 의원과 민주당이 추구하는 이념은 강남 정서와 전혀 맞지 않는다. 전 의원을 꺾어서 꼭 지역 정서와 정당 정체성을 일치시키고 싶다”며 당의 설욕을 다짐했다.

경북 문경 태생인 김성용 위원장은 송파병 선거구에 연고가 없지만 이곳 민주당 현역인 남인순 의원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남 의원은 극단적 페미니즘을 주장하고 좌파운동을 해왔지만 나는 우파운동가이자 해병대 출신의 양성평등주의자”라며 “정치는 구도 싸움이기 때문에 남 의원과 붙어볼 만하다”고 자부했다.

노원병 선거구의 김용식 위원장도 “민주당이 모든 젊은세대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이곳에서 당선됐던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잘생김’을 이어받고 싶다”고 말했다.

‘Fun’하지 않으면 뻔할 수밖에

김성용 위원장은 “펀(Fun)하지 않으면 뻔할 수밖에 없다”며 재미있는 지역 관리를 예고했다. 그는 “지역구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유튜브 방송을 계획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당협위원장배 배구, 당구대회도 열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기존 세대가 해왔던 조직관리 방식에 젊은 감각을 입혀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김용식 위원장도 “청년들에게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노원 문화의 거리에서 정치 버스킹을 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정원석 위원장은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는 “강남구청에서 일했던 분들로부터 ‘강남의 역사’를 주입받고 있다”며 “강남이 가야 할 새로운 모델인 ‘GPS(강남 패러다임 시프트)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근혜 논란 종지부 찍어야

김성용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한국당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표현했다. 19대 대선 때 지역 선거캠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은 당대표 때와 대통령이 된 이후의 모습이 달랐다”며 “지속적으로 청년들과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은 한 계파를 이끌었던 정치 리더였고, 공천 파동으로 시작된 갈등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새 당대표가 박 전 대통령 관련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국민들에게 평가받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을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우삼 이형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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