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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용백] 호루라기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개인이나 집단에 뭔가 이상이 생기거나 잘못이 있는 경우 호루라기를 불어 주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호루라기는 경찰이나 경기장 심판에 의해 주로 사용됐다. 20세기부터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whistle blower)’이 내부고발자 또는 공익제보자란 의미로 확대되면서 상징적 의미도 더 많아졌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10일 청와대를 겨냥한 3차 폭로를 이어갔다. 김 전 수사관은 공익제보임을 주장하며 지난해 8월부터 청와대 특감반의 공직자 감찰과 민간인 사찰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그에 대한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여부는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그의 경우 ‘공익제보를 막기 위한 재갈 물리기’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익추구의 한계선상에서 공익제보가 시작된 건 아닌지 의문을 낳기도 한다. 같은 혐의로 고발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역시 공익제보자 시비에 휩싸여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9일 그에 대한 고발 취하 여부를 “개인적으로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이 지났으니 장고(長考) 중인데 악수(惡手)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번 일로 우리 사회를 관통해야 할 정의(正義)라는 개념은 더욱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경각심과 경고, 안전을 위한 신호, 공익제보 등을 상징하는 호루라기는 기능적으로도 생활에 밀착돼 가는 추세다. 새 학기 어린이용 책가방은 생활안전을 고려한 비상 호루라기와 야간 반사 라벨 등을 갖춘 것까지 나왔다. 지난 설 명절 생활용품 선물세트로 호루라기 등 재난구호 물품만 모아놓은 기획 상품도 눈길을 끌었다. 마침내 유명 아이돌그룹의 공항패션 액세서리로까지 등장했다. 세계적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61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시상자로 출국하기 위해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멤버들과 함께 나타난 리더 RM은 목에 호루라기 펜던트를 하고 있었다. BTS로 인해 그 팬들은 호루라기를 사서 패션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호루라기의 기능과 상징에 대한 인식까지 일깨우는 기회들이 많아진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좀 더 투명하게 하는 실천적 행동들을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소리를 낼 수 있는 호루라기는 그냥 놔두면 사물이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사람이 불어야 제 기능과 역할을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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