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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세탁기 대전 한국 ‘승’… 연 935억 보복관세 가능



한국이 미국과 2013년부터 벌인 ‘세탁기 전쟁’의 결과가 나왔다. 승자는 일단 한국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8일(현지시간) 한국이 매년 8481만 달러(약 935억원)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매겨도 된다고 판정했다. 시한은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반덤핑·상계관세를 취하할 때까지다. 한국으로선 더없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손에 쥐게 된 칼을 빼들게 될지 미지수다. 통상 당국은 “추이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일 “WTO 판정 결과에 따라 관계 기관과 어떤 품목을 대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할지 등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WTO는 세탁기 제소와 관련해 한국에 8481만 달러 규모의 ‘양허정지’ 판정을 내렸다. 양허정지란 거래 품목마다 확정돼 있는 관세율 집행을 ‘정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확정된 관세율 이상으로 세율을 올리는 걸 허용한다는 의미다. 품목에 제한 없이 판정 금액만 맞추면 된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품목을 정하면 기획재정부는 세율을 조정하는 실무를 맡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언제까지 정해야 한다는 기한이 없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한국의 세탁기 싸움은 201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LG전자가 한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반덤핑 관세는 국내 가격보다 싸게 들어와 관련 산업에 타격을 입힌 경우 부과할 수 있다. 삼성전자 세탁기의 경우 여기에 1.85%의 상계관세가 덤으로 얹혔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관세를 매긴 방식이 불합리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WTO는 심의를 통해 이의제기가 합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미국이 관세율을 유지하자 한국 측에 보복관세 부과까지 가능토록 한 것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실제로 보복관세를 실행하려면 미국의 추가 관세보복 등 고려할 점이 많다. 미국은 상반기 중으로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율을 부과할지 결정한다. 한국이 세탁기 반덩핌 관세 부과에 반발해 보복관세를 매긴다면, 미국도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다. 품목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보복관세가 부과된 미국산 제품은 한국 시장에서 판매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첫 가늠자는 반덤핑 관세율을 재심사하는 오는 4월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보복관세 조치까지 가는 사례는 드물다. 그 전에 협의를 거쳐 관세 취하 등의 결과가 나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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