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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숨통 틔워주던 ‘저유가’, 베네수엘라 리스크에 급등 우려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직원이 10일 주유를 준비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4주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하락폭이 작은 데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올해의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690억 달러로 다시 확대한 데에는 유가 하락 요인이 가장 크다.” 한국은행이 전망할 때마다 줄기만 하던 한국의 2019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달 갑자기 상승 반전했다. 지난해 1월 전망 때 740억 달러였는데 9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620억 달러로 추정치가 줄었다. 그러던 게 지난달 전망에선 다시 690억 달러로 뛰었다.

이는 수출기업들의 실력이 급성장했다기보다 원재료인 국제유가가 떨어진 영향이었다. 한국은 연간 원유 수입물량이 9억~10억 배럴에 이르는 나라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떨어져도 경상수지 측면에서 9억~10억 달러의 흑자 효과를 보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76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연말까지 2개월여 만에 10달러 이상 떨어졌었다.

이렇게 떨어진 국제유가가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워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효자종목’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데도 한은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올려잡은 배경에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상품수지가 자동 개선된다’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 유류비 추가 부담은 국내 기업의 전통적인 고심거리다. 국제유가가 30% 오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5% 포인트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저유가에 기대서 숨을 돌리는 시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난해 10월 이후 무섭게 떨어지던 국제유가는 4개월 만에 바닥을 쳤다. 지난달 말 서부텍사스유(WTI)는 53.79달러로 전월 말보다 18.5% 올랐는데, 최근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으로 파악된다. 두바이유(61.37달러)의 오름폭도 17.2%였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 주춤했던 미국 증시의 반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완연한 반등 흐름으로 돌아섰다고 보긴 힘들다. 독일 코메르츠은행은 지난 9일(한국시간) 60달러 선에서 횡보하는 국제유가를 두고 “글로벌 경기 우려와 하락세인 증시,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새로운 의구심이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은 종료 기대감과 고착화 우려가 절반씩이다.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계산되는 국가는 많아진다. 올해 글로벌 경기는 세계은행(WB)이 ‘먹구름’으로 묘사할 정도로 지난해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다만 이런 상황을 깨고 고유가를 초래할 만한 새로운 변수로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가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두 대통령’ 사태를 겪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영석유기업(PDVSA)에 대한 자산동결, 송금금지 등 경제 제재를 가했다.

베네수엘라가 하루 평균 1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온 점을 감안하면 유가 급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금융센터는 “대(對)이란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제재가 가세하면 글로벌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며 “‘회색 코뿔소’(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 차원에서 원유생산 전면 중단 등의 잠재적 위험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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