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돌파한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편안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 [인터뷰]

새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영화는 ‘알리타: 배틀 엔젤’ ‘뺑반’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개봉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감독 특유의 ‘말맛’ 코미디에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어우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얼떨떨합니다. 함께 작업하며 고생한 스태프, 배우들과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어 행복하네요.”

영화 ‘극한직업’의 1000만 관객 돌파 낭보가 전해진 6일, 이병헌(39) 감독은 감격 어린 소감을 전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는 설 극장가를 장악하며 불과 15일 만에 1000만 고지를 밟았다. 한국영화로는 역대 18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23번째 대기록. ‘명량’(12일) ‘신과함께-인과 연’(14일)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속도다.

코미디 장르로는 ‘7번방의 선물’(2013) 이후 두 번째 1000만 영화다. 화려한 볼거리로 중무장한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소한 웃음을 앞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순도 100%’의 웃음이 흥행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협적인 경쟁작이 없었던 데다 무거운 영화에 대한 관객의 피로감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코미디 외길만 걸어온 이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흥행성까지 인정받은 셈이다.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각색에 참여했던 이 감독은 두 편의 상업영화 ‘스물’(2014)과 ‘바람 바람 바람’(2017)을 선보였다.

‘극한직업’은 그에게 시험대와 같은 작품이었다. 불륜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바람 바람 바람’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심신이 지쳤던 그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웃을 수 있고, 나도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출 제안을 수락했다. 연출 스타일부터 완전히 바꿨다. 자신의 ‘감(感)’보다 타인의 의견을 따르는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전작들과 달리 ‘19금’ 유머 코드를 배제하고 대중성에 집중한 것 또한 그런 이유에서였다. 개봉 전 만난 이 감독은 관객 반응에 대한 부담감이 유독 크다고 털어놨었다. “나 스스로와 타협하고 작업 방식까지 바꿨는데 이 작품이 외면받으면 나는 앞으로 영화를 못하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다”고 말이다.

이 감독의 최대 강점은 남다른 대사 호흡에 있다. 배우들이 주고받는 리드미컬한 대화에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가 곁들여진다. 그에게 ‘말맛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이 감독은 “이번에는 오히려 ‘말발’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대사보다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약반 형사들(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다가 대박이 난다는 줄거리부터 폭소를 자아낸다. 이 감독은 “형사나 조폭 같은 진부한 소재를 꺼리는 편인데 ‘치킨’으로 비트니 재미있어지더라”고 흡족해했다.

치킨집 운영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애환을 다룬 지점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가 됐다. 이 감독은 “소시민에게 마약이라는 절대악이 유입되는 경로를 구상하기 위해 서민적이면서 친근한 소재가 필요했다”면서 “독특하거나 판타지적인 이야기보다 따뜻함을 지닌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극한직업’을 통해 적잖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는 “이전엔 사람들 내면의 불편함을 꺼내어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이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웃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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