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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가라” 실언… 김현철 사표 수리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김현철(57)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위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 보좌관은 전날 5060세대를 향해 “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가라”는 실언을 했다. 이로 인해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김 보좌관은 29일 출근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보좌관의 사표가 수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게 청와대 내부 분위기다. 김 대변인은 사표수리 배경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김 보좌관의 의사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김 보좌관을 만나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큰 틀을 잡는 데 기여했다”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보좌관 발언은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다보니 나온 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대응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정부 초기엔 논란이 된 참모의 해명과 여론 추이를 지켜보던 기류가 강했다. 김 보좌관이 논란 하루만에 사임한 것을 두고 취임 후 내부 기강 확립을 강조해온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보좌관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청년층을 향해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 하지 말고 아세안에 진출하라”고 말했다. 50, 60대에게는 “할 일 없다고 산에 가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고 했다. 이에 정치권은 사퇴를 요구했고, 그의 발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업 안 되는 청년층은 중동으로 가라”는 발언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신인 김 보좌관은 문 대통령의 ‘경제 과외 교사’로 알려져 있다.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만들었다. 집권 후엔 신남방·신북방 정책 추진을 도맡았다. 김 보좌관은 현 정부 청와대 참모 가운데 가장 친(親)기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도 동행했다.

김 보좌관과 함께 고민정(40) 청와대 부대변인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 취임 이후 수석실 내 업무 개편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 부대변인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사회를 맡았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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