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쇠러 온 박항서 “행운도 많이 따랐죠”

베트남을 아시안컵 8강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A대표팀으로 참가한 아시안컵에서 사상 처음 팀을 토너먼트 승리로 이끄는 등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받들여지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더 준비해야 베트남이 월드컵에 갈 수 있다.”

베트남에서 2년째 축구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냉철하면서도 장기적인 팀의 비전을 공개했다. 또 베트남 U-23(23세 이하)팀과 성인 대표팀 가운데 한 팀만 집중해 지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 감독은 설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사상 첫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며 12년 만에 8강 진출을 이뤄냈다. 박 감독은 “2019년도 시작이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을 이끌며 국제무대에서 빛나는 성적을 내고 있다. 2017년 10월 부임한 박 감독은 석 달 만에 치른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모두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연령별 대표팀뿐 아니라 성인 대표팀에서도 승승장구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동남아시아 월드컵’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여기에 아시안컵 8강 진출까지 이뤄내며 명실공히 명장 반열에 올랐다.

사실 이번 아시안컵은 박 감독에게도 쉽지 않았다. 스즈키컵 우승 이후 한 달만에 대회에 나서며 준비 기간이 짧았다. 선수들은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목표 의식도 흐릿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던져도 반응이 느렸다”며 “조 3위로 16강에 극적으로 올라가며 분위기가 살아났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16강에서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꺾은 베트남은 8강에서 우승 후보 일본에 0대 1로 아쉽게 패했다. 박 감독은 “아시안컵에서는 행운이 많이 따랐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베트남에서 영웅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박 감독이지만, 현실 인식은 냉철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의 성과를 기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아시아 톱 레벨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소년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축구 인프라를 확충해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U-23팀과 성인 대표팀을 함께 맡는 것에 대한 부담도 털어놓았다. 성격이 다른 두 팀을 이끄느라 주요 대회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며 “베트남축구협회 부회장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대표팀은 3월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 대표팀과 친선전을 갖는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한국, 일본, 이란 같은 아시아의 강호와 경기할 기회가 별로 없다. 승리보다는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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