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드러낸 ‘사무라이 블루’

이란의 사르다르 아즈문(오른쪽)이 2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시바사키 가쿠의 얼굴을 때리고 있다. 이란은 이날 0대 3으로 대패했다. 신화뉴시스




‘사무라이 블루’가 아시아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지고 있다. 아시안컵 5경기에서 1골 차 승리를 거뒀던 일본은 6번째 경기인 이란과의 경기에서 3골 차 완승을 거뒀다. 4번의 아시안컵 결승에서 모두 승리했던 일본이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면서 최다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릴지 주목된다.

일본은 29일(한국시간) 새벽 끝난 아시안컵 4강전에서 오사코 유야(29·베르더 브레멘)의 멀티 골에 힘입어 이란을 3대 0으로 꺾었다. 공방을 주고받던 전반과 달리 후반에는 경기를 주도하며 3골을 몰아쳐 이번 대회 6번째 승리를 거뒀다. 일본은 이날 승리로 2011년 카타르 대회 이후 8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아시안컵 최다우승에도 8강 베트남전까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일본은 이란전에서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오사코의 선제골 득점 당시 이란 선수들이 심판에 항의하면서 집중력을 잃었던 행운이 있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무실점을 기록 중이던 이란을 상대로 3골이나 터뜨렸다.

달라진 일본의 원동력은 먼저 토너먼트에 대비해 체력 등 컨디션을 관리해온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조별리그 첫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3대 2로 힘겹게 이긴 일본은 오만전 1대 0 승리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후 선발에 변화를 줬다. 조별리그 순위가 걸려있었던 우즈베키스탄전에 무려 10명을 교체하며 토너먼트에 대비했다. 24개국이 출전해 결승까지 7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토너먼트 시작 전 쉴 기회를 준 셈이다. 토너먼트 상대 및 일정보다 팀 컨디션을 우선에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일본은 신체능력이 좋은 이란 선수들과 부딪쳐 세컨드 볼 경합 등에서 밀리지 않았다.

토너먼트 이후 상대에 따라 다른 전술을 들고 온 것도 이란전 대승의 밑거름이 됐다. 일본은 토너먼트 첫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선 수비 위주로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 점유율에서 24%대 76%로 열세를 보이면서도 전반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진 골을 지키는 실리 축구로 8강에 진출했다. 베트남과의 8강에선 16강전보다 공격에 비중을 더 두면서 점유율을 높였다. 출전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9위)을 상대로는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갔다.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고집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토너먼트 들어 최전방 미나미노 다쿠미(24·잘츠부르크)의 짝을 매 경기 달리하며 변화를 준 것도 주효했다. 실제 이란전에 나선 오사코는 상대 진영을 흔들며 2골을 기록해 모리야스 하지메(51)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기본적인 팀 전술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후 “(이란전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반대로 알려줬으면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신체능력을 활용해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을 감안해 선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플레이한 것은 지금까지와 달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패한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6)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8년간의 이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콜롬비아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란 감독으로 있으면서 한국을 상대로 4승 1무를 기록해 한국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