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 설자리 잃은 방송가… 군웅할거 시대 열렸다



방송가 풍경은 수년째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참신한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1~2년 사이 방송가 지형도는 크게 달라졌다. 유재석이나 강호동으로 대표되던 ‘국민 MC’가 출연진을 쥐락펴락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방송가에 ‘1인자’가 존재하지 않는 군웅할거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쩌다 방송가의 풍경이 이렇게 바뀐 것일까.

2000년대 중반 이후 방송가의 가장 높게 솟은 봉우리는 단연 유재석이었다. 그는 2005년 KBS 연예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지상파 3사 연예대상에서 한두 개의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곤 했다. 하지만 2017년과 지난해엔 무관에 그쳤다. 대표작이던 ‘무한도전’(MBC)은 지난해 3월 막을 내렸고, 이후 선보인 ‘유 퀴즈 온 더 블록’(tvN) ‘미추리 8-1000’(SBS) 등도 신통찮은 성적을 거뒀다.

유재석의 흔들리는 입지는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은 매년 연말 ‘올해를 빛낸 예능 방송인·코미디언’을 설문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유재석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설문 결과를 살피면 유재석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조사에서 유재석은 33.4%의 지지를 얻었는데, 이 같은 지지율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강호동의 위상도 예전 같진 않다. 과거 ‘1박2일’(KBS2)이나 ‘무릎팍도사’(MBC)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출연진을 휘어잡던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최근 들어 그는 출연진에 녹아들어 후배들의 놀림감이 되길 자처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MC의 쇠락 이유로 예능 트렌드의 변화를 꼽는다. 연예인이나 스타 가족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담는 ‘관찰 예능’이 사랑받으면서, 방송을 주도하고 진행까지 도맡는 정상급 방송인은 설 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관찰 예능이 유행하면서 더 이상 방송을 끌고 가는 정상급 예능인은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국민 MC’ ‘1인자’ 같은 수식어가 붙는 방송인은 나오기 힘든 걸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하 평론가는 “유행은 돌고 도는 만큼 대형 MC가 이끄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언젠가는 다시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는 스타 MC보다는 스타 PD가 방송가의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라며 “이제 예능 출연자의 가장 큰 덕목은 방송을 끌고 나가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인 미디어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몇몇 방송인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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