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림의 인사이드 아웃] 갈등 딛고 명물 된 獨 ‘엘프 홀’… 공연장 존립 소통에 달렸다


 
왕관 모양을 본 뜬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닉 홀 외관.
 
건물 옥상과 공연장 사이에 지은 파노라마 플라자. 이 플라자는 사방이 유리로 설계돼 함부르크 시와 엘베 강을 조망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닉 홀(엘프 홀)이 지난 11일 개관 2주년을 맞이했다. 이 홀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함부르크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이었다. 이 콘서트홀이 세워진 하펜시티(Hafen City·항구 도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출발점이자 성과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엘프 홀을 바라보는 시선은 구상 단계부터 엇갈렸다.

함부르크는 독일 최초로 오페라극장이 건립되고 최신 유행 공연이 가장 먼저 소개되는 공연의 중심지였다. 그런데 이런 유서 깊은 도시에 콘서트홀을 건립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민들은 뜻밖에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3배 이상 초과된 예산이 논란이 됐다. 2001년 엘프 홀을 짓기로 예정된 자리를 차지하던 수입 물류 보관창고가 건축문화재로 지정되며 철거가 불가능해졌다. 이때 콘서트홀 건립을 백지화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7년을 끈 논쟁은 옛 건물 위에 콘서트홀을 증축하는 방식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하지만 옛 건물이 견뎌야 할 하중 문제로 소요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콘서트홀 건립을 찬성하던 시민들조차 이런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렇지 않아도 부유한 백인 엘리트층의 전유물이 될 것이 뻔한 공간에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는 중소 상인들도 반대 여론에 힘을 실었다.

함부르크 시 정부는 이 콘서트홀이 창출한 경제적 효과를 제시하며 시민들을 설득했다. 우선 ‘헤르조크 & 드뫼롱’이 설계한 왕관 디자인의 콘서트홀은 미학적 가치를 충족시켰다. 콘서트홀 위에 숙박 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중동의 자본도 유치됐다. 콘서트홀만이 아니라 스파,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포함된 고급 호텔, 그리고 함부르크 시와 엘베 강을 조망하는 360도 파노라마 플라자는 관광 수익을 낼 조건이 충족됐다.

2017년 1월 개관한 엘프 홀은 한 해 동안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모든 어린이들을 콘서트 홀에 무료로 입장시켰다. 터키, 중동 지역에서 이주해 온 무슬림 가정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해 문화적 다양성과 화합에 비중을 두었다. 이것은 중동 투자자들이 제시한 조건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엘프 홀의 공연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의 물결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공연을 보지 못한 관광객들은 플라자로 올라가는 별도의 입구에 긴 줄을 선다. 엘베 강 전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증가한 관광객이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불러오는지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시민들은 참을성을 가지고 도시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엘프 홀을 둘러싼 상인들과 시 정부의 갈등은 함부르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서울 명동예술극장을 K팝 공연장으로 바꿔달라는 상인들의 제안이 연극계를 발칵 뒤집었다. 명동예술극장이 가진 역사적 의미는 고사하고 고작 500석 남짓한 극장을 아이돌 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한 국회의원의 얕은 문화적 식견도 문제지만, 그런 제안이 지역 상인들의 입에서 나올 만큼 이 공간이 외딴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공연장이 상대해야 할 대상은 객석에 앉은 관객뿐이 아니다. 상생과 소통으로 극장 밖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연장은 그 역사적, 문화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존립할 수 없다.

함부르크=글·사진 노승림<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