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로 번진 ‘성폭력’ 파문… 축협 뒤늦게 전수조사 착수

상습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빙상에서 시작된 체육계 성폭력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유도와 태권도에 이에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에서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례가 발생해 관련 협회가 대책 마련에 급히 착수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3일 최근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여자축구팀 감독과 관련해 긴급 조사팀을 구성하고 여자 축구부 전수조사도 함께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여자축구 WK리그 소속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하금진 전 감독이 성추행 문제로 퇴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9월 하 전 감독이 ‘개인사정’으로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소속팀 선수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해 물러난 것으로 드러났다.

KFA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한수원이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도로 긴급 조사팀을 보내기로 했다. 또 초·중·고·대학팀과 WK리그 팀, 여자 대표팀, 여성 지도자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축구계 성폭력 신고센터 신설, 성평등 소위원회 설치 및 운영, 성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 등도 추진키로 했다. 전한진 KFA 사무총장은 “축구계에서 성추행이 사라질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악화하고 있지만 이를 수습해야 하는 대한체육회와 미투의 근원지인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감정싸움뿐 아니라 ‘거짓말’ 논란까지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회원단체 해체까지 언급하며 빙상연맹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빙상연맹은 “퇴출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올림픽 효자종목인 빙상의 회원단체가 해체될 경우 선수들은 국제대회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맞서고 있다. 더 나아가 빙상연맹은 이 회장이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폭행한 조재범 전 코치를 두둔했다며 맞서고 있다. 심 선수 사건 은폐 의혹을 받는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는 지난 2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이 조 전 코치를 살려주겠다는) 그런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이 회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한편 수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성관)는 이날 “상습상해와 성폭력은 양자 간 공소사실 동일성이 없다”며 조 전 코치에 대한 검찰의 공판 속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조 전 코치의 상습상해 건으로만 오는 30일 선고하기로 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사실을 유지하겠다”며 조 전 코치에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조 전 코치는 최후변론에서 고개를 떨군 채 “최고의 선수를 육성하고 싶었는데 잘못된 지도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줘 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조 전 코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성폭행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모규엽 기자, 수원=강희청 기자 hirt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