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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독자적 핵무장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3일 독자적 핵무장 추진을 주장했다. 그는 세미나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 핵 개발에 대한 실증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적 핵무장론은 보수 진영의 단골 메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을 촉구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독자적 핵무장론은 무엇보다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크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속시원하고 합리적인 주장처럼 들린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인 핵 개발은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실현 가능성과 무관한 그야말로 ‘주장’에 불과하다. 미국부터 반대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목표는 핵 확산 방지다. 북핵을 없애겠다면서 핵을 확산시키는 모순을 허용할 리 없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면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을 포기하고 북한처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면 경제부터 거덜이 난다. 중국은 우리가 미국 요구에 따라 사드 배치 하나 하는데도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등 난리를 쳤다. 다만 독자적인 핵무장론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거나 엄포를 놓는 효과 정도는 노릴 수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언론에 흘린 적이 있다.

군사적 실효성 면에서는 어떨까. 괌에서 핵무기를 싣고 폭격기가 출격하면 2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착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으로 핵공격이 가능하다. 미국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미국은 핵 억제력을 갖고 있으며 핵무기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핵우산을 포기하고 한·미동맹 파기, 경제 제재, 국제사회의 반대를 감수하면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설령 우리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한다고 해도 북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핵경쟁을 촉발하고 핵전쟁 위기만 증폭될 뿐이다. 결국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독자적 핵무장 주장을 할 거라면 비핵화 협상이 최종 결렬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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