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홍보효과·가수는 입대연기 혜택… 씁쓸한 학사부정 ‘공생’





지난 14일 교육부는 대학들의 학사 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전남 나주에 위치한 동신대가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은 아이돌 가수들의 출석을 ‘정상’으로 처리하면서 학점을 주고 학위를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해당 학교에 학점 및 학위 취소를 요구함에 따라 그룹 비스트 출신인 윤두준 이기광 장현승 등은 학위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학교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다녔던 방송연예과와 실용음악과 방침은 연예인의 방송 활동을 출석으로 용인하고 있다. 하지만 학칙에는 그런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 어설픈 행정을 질타하는 팬들의 원성이 거세지자 동신대는 교육부가 지적한 아이돌 졸업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학들의 아이돌 가수들 특혜 논란은 자주 불거졌다. 여러 대학이 학교를 홍보할 목적으로 아이돌 가수를 입학시켜 편의를 봐 주겠노라 약속했다. 강의를 듣지 않아도,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도, 시험을 보지 않아도, 바쁜 연예 활동을 고려해 학점을 주곤 했다. 더러는 학교 발전에 이바지했다면서 장학금까지 지급했다.

아이돌 가수도 입학 제안을 마다할 리 없다. 또래들보다 쉽게 대학생이 되는 것만도 행운인데 안정적인 연예인 생활도 보장받으니 좋은 기회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학교 홍보물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특히 남자 가수들에게 대학은 웬만하면 가야 할 코스로 통한다. 학업을 이유로 입대를 연기할 수 있어서다. 대개 소속사와 계약하는 기간이 7년이기에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남자 아이돌에게 대학은 이 약정을 준수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이 된다. 게다가 대학원에 진학하면 더 길게 활동을 이어 나가기가 수월하니 학사 학위는 필수다.

이 같은 이해관계 탓에 대학과 가수, 소속사 간의 보이지 않는 공생은 관습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이제는 대학이 아이돌 가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가 나서서 소속 아티스트에게 도움이 될, 혹은 아티스트를 활용하기에 좋은 학교를 물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들의 유착 관계는 일반 학생에게는 씁쓸함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수업에 빠지지 않고,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는 학생의 기본 책무를 허사로 느끼게 해서다. 부모님이나 자신이 어렵게 마련해 낸 등록금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연예인의 장학금으로 쓰인다면 박탈감은 더 심해질 것이다.

가수들 중에는 아이유처럼 확고한 주관이 있어 대학의 입학 제의를 고사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소속사의 결정, 지시를 따라 특례 입학에 응하게 되는 가수가 대다수다. 아이돌 가수 범람, 대학의 난립이 만든 이상한 굴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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