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제비다방부터 카페까지… ‘커피사회’ 한국 조명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커피사회’전 전경. 카페처럼 꾸며진 ‘근대의 맛’ 코너에서 커피를 시음할 수 있다. 문화역서울 284 제공


당신의 하루는 혹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시작되지 않는가. 커피는 19세기 말 대한제국기에 들어왔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가배(커피)’에 대해 “처음엔 쓰지만 곧 시고 단 오묘한 그 맛에 반하게 된다”고 했다. 100여년의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 커피가 우리의 하루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음료가 됐으니 한국은 가히 ‘커피사회’다.

옛 서울역사를 개조한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고 있는 ‘커피사회’전은 우리의 커피 문화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제안한다. 동시에 근현대 문화에 녹아들어간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조명한다. 형식이 흥미롭다. 아카이브전을 뼈대로 하면서도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청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체험적 공간 구성을 했다.

일제강점기 소설가 이상·박태원, 시인 정지용 등이 드나들던 제비다방, 낙랑파라 같은 문예다방부터 해방 이후 돌체다방 등의 음악다방, 90년대 이후 등장한 카페에 이르기까지 커피를 둘러싼 공간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특히 옛 서울역 중앙홀에는 DJ가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던 80년대식 음악다방을 재현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가수 이상은, 소설가 김영하, 영화감독 김태용, 시인 심보선 등이 DJ로 직접 참여한다.

인터뷰 영상도 다방 문화를 증언한다. 다방 문화의 마지막 세대, 카페 문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60대 중반의 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씨, 조각가인 금누리 전 국민대 교수 등이 그 시절 커피와 다방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하는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커피향이 흐르는 것도 매력적이다.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를 마시며 커피 문화사를 음미할 수 있고, 원두도 살 수 있다. 아카이브전의 무미건조함을 커피향으로 상쇄한 전략이 돋보인다. 김노암·전미연씨가 총괄기획했다. 2월 17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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