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김정은에게 친서 보낸 트럼프… 美·北 긴박한 움직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 왕궁에서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 오만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미소짓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15일까지 중동 국가를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가족 장례식 참석 때문에 쿠웨이트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조기 귀국을 두고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P뉴시스


미국과 북한이 긴박하게 움직이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2월 중순보다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주 중 미국에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에선 북·미 실무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막판 조율에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하이라이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인편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번 주 중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친서를 주로 받던 입장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발신자가 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자신이 직접 나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소통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친서 외교’를 이번에도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보낸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흔들어 보이면서 “나는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두 번째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두 정상이 속도를 내자 당국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면 파트너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확정하고, 의제를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 완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상응조치를 맞교환하는 ‘비핵화 빅딜’ 방안을 놓고 막판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뒀던 지난해 5월 방미 때처럼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고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도 크다.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폼페이오 장관이 16∼17일 미국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방미는 17∼18일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움직였다. 최 부상은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최 부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이야기하죠”라고 답한 뒤 서우두공항을 빠져 나갔다.

최 부상의 스웨덴행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 준비와 관계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스웨덴 회동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스웨덴에서 북·미 회담이 비슷한 시점에 열린다면 2차 핵담판 개최가 초읽기에 들어간다는 신호다. 최 부상의 베이징 발언을 보면 스웨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북측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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