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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초읽기, 초반 승부처는 VR 등 실감형 미디어








만물을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로 연결하는 5G(5세대 통신) 시대가 개막했다. 4G(4세대 통신·LTE) 시대 전성기를 누렸던 스마트폰을 넘어 사물인터넷(IoT) 기기, 공장 생산라인, 로봇, 자율자동차, 도심 신호등까지 데이터 통신으로 이어주는 ‘초연결사회’의 판이 깔린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오는 3월 4G의 후속 통신기술인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 지난해 12월 기업용 5G를 먼저 상용화한 데 이어 일반 소비자용 5G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다. ‘5G 스마트폰’ 등 전용 단말기를 가진 고객들이 5G 요금제에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

5G의 특성은 LTE와 비교해 흔히 ‘속도가 빠르다’로 요약된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접속자(기기) 수가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게 5G의 진가를 이해하기 쉽다. 예컨대 특정 도심에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교통시스템, IoT 기기, 유튜브를 보는 군중 등 접속자가 몰려도 5G는 끊김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통신에서 접속자 수용력과 데이터 속도는 비례한다. 현재 LTE의 평균속도는 통신사별로 150~200초당메가비트(Mbps), 1명이 유튜브에서 풀HD(FHD) 동영상을 시청하는 데 필요한 속도는 5~10Mbps 수준이다. LTE 속도가 200Mbps인 특정 영역(셀)이 있다면 요구속도가 10Mbps인 FHD 동영상을 20명까지 동시에 끊김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속도가 빨라지면 수용할 수 있는 접속자 수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데이터 요구속도는 급증한다. 새로운 가상현실(VR) 동영상은 요구속도가 FHD 동영상의 10배 이상이 될 예정이다. 특정 공간에서 몇 명만 VR 동영상을 봐도 인터넷이 느려지게 된다. SF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차세대 미디어 ‘홀로그램(입체 영상)’의 요구속도는 1명당 700Mbps에 이를 전망이다.

5G의 최고 속도는 20초당기가비트(Gbps)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LTE 최대속도(1Gbps)의 20배, 2GB(기가바이트)짜리 영화 1편을 0.8초 만에 다운받는 속도다. 1㎢ 이내에 IoT와 스마트 기기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양이 10만개에서 100만개로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전국 5G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지기 전까지 수년 동안은 일부 스마트공장 등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Gbps를 보긴 힘들 전망이다.

이에 이동통신 3사는 당분간 속도 부담이 덜한 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미디어에서 초반 승부를 낼 방침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 기자간담회에서 “5G 시대에는 TV에서 즐기던 콘텐츠를 통째로 스마트폰으로 집어넣을 수 있게 된다”며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5G망을 이용해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공연을 홀로그램으로 실시간 상영하는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구글과 손잡고 자체 실감형 미디어 플랫폼을 육성한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5G 스마트폰 상용화 시점에 맞춰 구글 유튜브와 협력해 VR 전용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이용자들이 가상현실 속에서 한류 아이돌 스타들의 개인 일정을 함께할 뿐 아니라 공연 무대 뒤 숙소 모습도 마치 직접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5G 상용화는 ‘끈’이 따라다니던 유선인터넷을 그보다 빠른 무선인터넷이 대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과거 공장 설비는 유선인터넷에 발이 묶여 설비를 재배치하는 등 유연하게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5G가 활성화되면 공장 생산라인과 로봇, 도심 속 자율주행차나 드론 등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전망이다.

데이터의 반응속도 격인 ‘지연속도’가 유선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LTE의 지연 시간은 0.04~0.05초인 반면, 5G는 0.001~0.005초 수준이다. 예컨대 지연 시간이 0.04초라면 시속 100㎞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장애물을 발견하고 멈추기까지 1m 이상 이동한다. 하지만 지연 시간이 0.001초면 이동 거리를 2.8㎝까지 줄일 수 있다.

이통 3사는 이 같은 5G의 장점들이 극대화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중장기 먹거리로 낙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스마트팩토리 사업 진출을 공언했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려는 기업에 5G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단말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KT는 로봇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서비스 로봇 ‘로타’를 5G 서비스 1호 가입자로 선정하는 등 로봇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원격제어 트랙터를 5G 첫 상용화 서비스로 선정했다. 원격제어 트랙터는 관제 시스템에 이동경로를 설정하면 수십㎞ 떨어진 곳에서 무인경작을 할 수 있도록 작동한다.

이 때문에 5G는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고속도 20Gbps에 이르는 5G는 당분간 B2B 사업장에서만 사용될 전망이다. 상용화 초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국 대부분의 5G는 최고속도가 2Gbps에도 못 미칠 예정이라 당장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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