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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조서 열람에만 하루 투입… 檢, 이르면 주중 구속영장 청구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4일 사흘 만에 검찰에 다시 소환됐다. 그는 1차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그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재판개입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그가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할 목적으로 파견판사를 시켜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300여건을 빼돌린 혐의(직권남용)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 확인 관련 소송 개입 의혹,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축소 의혹,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의혹 등도 조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태도는 지난 11일 1차 소환조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차 조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개입 의혹,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 등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여한 정황이 뚜렷한 혐의부터 캐물었다.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에는 “정당한 인사권한 행사”라며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향후 재판을 염두에 둔 치밀한 대응전략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 11일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3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 조서를 열람한 데 이어 다음 날 오후에도 검찰에 나가 10시간 넘게 피의자 신문 조서를 확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조사 과정을 녹화할 것을 검찰 측에 요청했다. 이 역시 향후 재판에서 조서가 증거로 쓰일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고위 검찰 관계자는 “조서 열람 시간이 조사 시간보다 긴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최정숙 변호사는 첫 소환조사를 마친 뒤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2차 조사 뒤에도 최소 한 차례 추가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소명을 듣고 확인해야 하는 부분을 빠짐없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영장도 함께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직 대법관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함께 청구된다면 법원 측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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