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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제징용 협의 요청하며 “30일 내 답하라” 무례한 요구

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지난해 12월 4일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판결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또다시 찾았지만, 이번에도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변호인들은 지난 11월 12일에도 신일철주금 본사를 찾은 바 있다. NHK 화면 캡처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지난 9일 한·일 청구권협정에 명시된 ‘외교적 협의’를 요청하면서 30일 안에 답변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양국 간 신중하게 협의가 이뤄져야 할 사항에 ‘답변 시한’을 못 박은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일 청구권협정 3조에는 체약국 간 분쟁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답변 기한에 대해서는 뚜렷이 정해진 게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 측 요구에 대해 “청구권 협정상 양자협의 요청에 대해 제반요소를 감안하면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 측 요구인 ‘30일’이라는 시간에 쫓기기보다 관계부처 간 협의와 피해자들의 입장 등을 폭넓게 고려, 대응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측이 ‘30일’이라는 답변 기한을 설정한 것은 국제관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우방국에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우리 정부가 2011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을 때도 특정한 답변 시한을 두지 않았다. 청구권협정에는 외교적 협의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해결방안을 찾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재위는 해결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우리 정부가 외교적 협의에 응해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일 간 사안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답변 시한을 정한 것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빠르게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적 협의 요청 자체가 ICJ로 가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3일 강제징용 피해자 2명이 신청한 PNR(포스코와 일본 신일철주금이 합작한 회사) 주식 압류신청을 승인했다. PNR 측이 지난 9일 압류신청 서류를 받으면서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에 해당하는 주식 8만1075주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효력이 발생한 상태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 역시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3일 전했다. 교도에 따르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9일 몽골을 방문해 담딘 척트바타르 외교장관을 만나 “일본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거론할 경우 북한 역시 일제에 의한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발언은 몽골 측에 의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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