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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젊은빙상연대 “전명규 측, 성폭행 폭로 막으려 지속 압박”



전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인 전명규(56·사진) 한국체육대 교수 측이 ‘젊은빙상인연대’의 빙상 코치 성폭행 폭로를 막기 위해 수개월간 조직적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쇼트트랙 심석희(22) 선수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38) 전 국가대표 코치는 전 교수의 최측근이자 빙상계 내 같은 파벌로 알려졌다.

젊은빙상인연대 법률자문 박지훈 변호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대가) 수개월 전 성폭행 사건을 인지했을 때부터 전 교수 측에서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 규명과 폭로를 위한) 변호사 선임 등 움직임을 보일 때부터 압박이 시작됐고, 이번 폭로 직전까지도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이르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2명의 피해사실을 추가 폭로한 뒤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2명 모두 현역 선수이며 이 중 1명은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와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여준형 코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조사 결과 심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는 6명 정도”라며 “(조 전 코치 외에) 또 다른 가해 코치는 2명 이상”이라고 폭로했다.

조 전 코치에게 폭행당한 한 피해 선수의 어머니는 “전 교수 밑에 있는 모 코치는 성폭행 의혹이 제기돼 대표팀에서 퇴출됐는데도 이후 한체대로 복귀했다”며 “여자 선수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이 코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수 부모들 사이에서는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한체대 내에 2명 정도 더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사안을 섣불리 건드릴 경우 피해자들만 상처를 입을 우려가 크다고 보고 전 교수 등 핵심 세력 몰래 사실관계를 파악해 왔다. 그러나 전 교수 측이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하고 여러 경로로 압박을 가해 왔다는 게 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코치나 감독이 무서워 증언에 못 나서는 선수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과 비슷한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밝힌 한체대 빙상선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이 보장된다 해도 (증언에 나서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한체대 졸업생 A씨도 “안현수처럼 유명한 선수도 폭로 후 인생이 바뀌었듯 입을 여는 순간 선수 인생이 끝장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1월 심 선수가 처음 조 전 코치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했을 때도 다른 선수의 입막음을 시도한 정황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국민일보는 전 교수와 접촉하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전 교수의 학교 연구실은 비어 있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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