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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서 잡힌 명태는 ‘자연산’… 방류한 122만 마리는 어디에?

지난달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잡힌 명태 수백 마리가 바닥에 놓여 있다. 강원도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연말까지 죽왕면 공현진 앞바다에서 모두 2만1000여마리의 명태가 잡혔다. 강원도한해성수산자원센터 제공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부화된 명태들이 대형 수조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강원도한해성수산자원센터 제공


“동해 바다에 방류한 명태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달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대량으로 잡힌 명태가 자연산으로 판명되면서 이들 명태가 어디서 왔는지 이동경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작년까지 동해바다에 풀어놓은 122만 마리의 명태 행방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7일 고성군과 강원도한해성수산자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 앞바다에서 280마리를 시작으로 같은 달 22일 7560마리가 어획되는 등 연말까지 모두 2만1000여 마리의 명태가 잡혔다. 지금까지 잡힌 명태는 대부분 30㎝ 안팎으로 다 자란 명태 크기의 절반 수준이다.

동해안에서 명태가 수천 마리 단위로 포획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국민 생선 명태의 어획량은 1950년대 2만4000t, 1960년대 1만7000t에 머물렀으나 1970년대 7만t, 1980년대 7만4000t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새끼 명태인 노가리에 대한 무분별한 어획으로 1990년대 6000t으로 곤두박질치더니 2000년대 들어 100t 이하로 줄어 2007년 35t으로 급감했고, 2008년엔 ‘0’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어미 명태로부터 채취한 알을 부화해 치어를 생산한 뒤 바다에 방류하는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정부와 강원도는 12년 만에 명태가 대량으로 잡히자 이들 명태가 방류한 명태일지도 모른다며 반색했다. 그러나 강원도한해성수산자원센터가 잡힌 명태 중 100마리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 보내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100마리 모두 자연산으로 확인됐다. 강원도한해성수산자원센터 관계자는 “이번에 어획된 명태가 인공 방류한 명태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컸는데 자연산으로 판명돼 아쉬움이 있다”며 “혹시 방류한 개체가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500마리를 추가로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명태가 모두 자연산으로 판명나면서 인공 방류한 명태의 생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방류된 치어는 2015년 1만5000마리, 2016년 1000마리, 2017년 30만 마리, 2018년 91만 마리 등 모두 122만6000마리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포획된 명태 가운데 방류한 개체로 확인된 것은 단 4마리에 불과하다.

특히 명태들이 잡힌 장소도 양식 명태를 방류했던 공현진 앞바다로 국한돼 명태의 이동경로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수산당국은 명태가 잡힌 수역의 해양환경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명태가 갑작스럽게 낮아진 수온과 먹이를 따라 연안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 명태의 주 산란지인 북한 원산만에 명태 개체가 많아지면서 자연산 명태가 우리나라 해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자연산 명태의 이동경로 파악에 주력할 방침이다. 동해수산연구소 양재형 연구사는 “지난달 명태가 잡혔을 무렵 고성 앞바다의 수온 자료 등을 분석해 봐야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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