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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로… 대체복무 용어 변경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브리핑 하는 모습.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여러 전문가도 헌법상 ‘양심’과 국민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양심’의 의미가 다르므로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현수(사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양심’ ‘신념’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양심적’이란 표현을 두고 “병역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은 비양심적인가”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결정이다.

법학자들은 용어 변경에 동의한다. 신운환 전 한남대 법대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의 적절성을 검토한 2016년 논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사회일반인들에게 마치 병역 거부를 미화하고 병역의무 이행을 폄하하는 듯한 인식을 줄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정 개인이 갖는 고유하고 독특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는 ‘양심적 병역 거부’가 아니라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6일 “‘양심’의 의미와 개념에 대해서 헌법 학계에서도 학설이 갈리고 있다”며 “대다수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이기 때문에 우선 범위를 좁힌 용어를 사용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는 시간을 갖고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야 하는 문제”라며 “양심이라는 용어 자체의 논란으로 본질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대체복무제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한데 표현의 문제까지 더해져 소모적 갈등을 양산한다는 시각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국방부의 용어 변경이 병역거부 행위의 의미를 종교적인 이유로 축소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는 이날 함께 논평을 내고 “국방부의 용어 변경은 오랜 희생 끝에 인정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의미를 왜곡하고 퇴색시키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해야할 일은 용어 변경이 아니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의미를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는 것”이라며 “용어 변경 결정은 즉각 취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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