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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안 보이는 한·일 레이더 갈등, 한·미·일 동맹 틀 흔드나

국방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일본 해상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영상. 일본 초계기 P-1(노란 원)이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에 저고도로 접근하는 장면이다. 국방부 영상 캡처


우리 해군 구축함이 지난달 20일 일본 해상초계기(P-1)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쐈다는 일본 측 주장과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한국 정부 간 이른바 ‘레이더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일 국방 당국 간 실무급 화상회의를 연 뒤로 추가 회의 일정도 잡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계속 한·일 양국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한·미·일 3국의 협력 관계에 균열이 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군 당국은 “해군은 우방국 해상초계기에 어떠한 위협행위도 하지 않았다. 만일 일본 측이 주장하는 추적 레이더 증거자료(전자파 정보)가 있다면 양국 간 실무협의에서 제시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또 “일본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 방해 행위를 사과하고, 사실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일본 초계기가 오히려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500m 거리까지 접근했으며 150m 상공으로 위협적인 비행을 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군이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알면서도 강경 대응하는 이유는 일본 측의 사실 왜곡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응 수위를 낮출 경우 마치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공격할 것처럼 위협했다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한·일 양국 갈등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로 치달았다는 점을 간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0월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觀艦式)’을 앞두고 욱일승천기 게양 논란을 빚다가 일본이 불참한 것뿐 아니라 최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까지 겹쳤다.

나아가 한·미·일 군사 협력에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일 3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을 연결고리로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협력 관계를 다져 왔다. 한·일 관계가 삐걱거릴 경우 대북 압박과 감시에 필요한 군사적 시너지 효과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한·일 양국은 2016년 11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한 뒤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때마다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일본이 한·미·일 3국의 군사적 협력 관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갈등 상황을 고조시킬 가능성은 떨어진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번 갈등이 빠른 시일 내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방부는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4분26초 분량의 한글·영어 자막을 붙인 동영상을 지난 4일 공개한 데 이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6개국 언어 자막을 입힌 영상을 추가로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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