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한국프로야구의 중심은 선수… 연금제도 도입 절실”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사진=권현구 기자
 
유승안 감독이 유망주로 지목한 KIA 류승현. 뉴시스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소속 현직 야구선수들과 일구회, 은퇴선수협의회 소속 전직 선수들이 지난해 11월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경찰야구단 모집 중단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경찰야구단 유승안(63) 감독은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능변이었다. 경찰야구단의 현실부터 한국프로야구의 미래까지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중요한 흐름은 있었다. 바로 ‘선수 중심’ 야구다.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유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프로야구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유 감독은 지난해 말 감독으로 참가했던 아시아 윈터베이스볼(AWB)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을 ‘기본기’로 꼽았다. 유 감독은 “일본과 우리나라 선수들의 가장 큰 차이는 기본기였다”라며 “일본 선수들은 수비는 물론이고 배팅과 투구를 할 때 기본적인 자세가 30㎝ 정도 낮았다”라고 평가했다. 자세가 낮다 보니 수비 및 공격 매카니즘(기본 구조)이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월등했다고 분석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최하늘(20)과 KIA 타이거즈 내야수 류승현(22), 경찰야구단 내야수 이성규(26) 등을 유망주로 지목했다.

유 감독은 경찰야구단의 앞날을 묻는 질문에 “암흑 속에 있다”고 총평했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유 감독은 “올해 선수를 모집하지 못했으니 기존 20명이 올해 8월 제대하면 자연스럽게 경찰야구단은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경 해체가 대통령의 공약이다 보니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책 변경이 어렵더라도 유예 기간을 조금 달라는 것조차 외면하는 것에 대해선 야속함을 표시했다.

유 감독은 프로야구선수협의회에 대해 섭섭함도 드러냈다. 유 감독은 “경찰야구단 해체 여부는 선수협이 앞장서 나서야 할 사안”이라며 “만약 선수협 대표 부재 상태가 지속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일들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며 “한국프로야구를 이끄는 선수들이 후배들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유 감독은 특히 최저연봉을 받으면서도 2군에서 고생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위한 조직으로 선수협이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몇 FA 선수들의 부를 늘리는 데만 선수협이 도움이 됐지, 2군 선수들을 위해 한 일은 현재까지 아무것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유 감독은 우선 연금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1년만 뛰어도 연금 혜택을 볼 수 있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선 은퇴 이후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게임 캐릭터나 명칭 수익의 일정 부분을 연금으로 갹출하거나 한국시리즈 수익금 일부를 연금 운용에 활용하면 출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선수협 운영에 있어 은퇴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각 구단 대표 선수 중심의 운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역 선수를 대표로 세운 뒤 은퇴 선수들을 분야별 전문가로 영입해 선수협을 운영한다면 지금보다 소통이 잘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일구회나 은퇴선수협의회까지 합쳐 선수협이 현역 및 은퇴 선수들을 모두 관리하는 중심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선수협 관계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현재 구도를 보면 KBO가 먼저 현안을 제시하면 선수협이 찬반을 표시하는 구조”라며 “거꾸로 선수협이 아이디어를 내고 KBO가 가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시진 신임 기술위원장 체제에 대한 조언도 담았다. 유 감독은 “기술위원회가 자기 세대가 아닌 후배 세대를 바라보고 일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아마추어 야구 감독을 비롯해 현장과의 소통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유 감독은 국가대표 전임감독의 경우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우리나라는 국가대표 성적에 민감한 나라”라며 “그동안 전임감독제를 하지 않고서도 우승을 해온 것은 기적에 가깝다”라고까지 했다. 추가 제안을 덧붙였다. 상비군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3세, 25세, 전체 등 3단계 정도로 나눠 상비군을 운영해 단계별 국제대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프로야구 코치진의 교육이 절실하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프로야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선수만이 메이저리그를 갈 게 아니라 코치들이 미국과 일본 연수를 통해 선진 야구를 배워와야 한다고 했다. 유 감독은 앞으로 한국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뜻도 내비쳤다. 유 감독은 “대한민국 야구는 아직도 엘리트 야구”라며 “저변이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저변 확대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김영석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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