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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화 기기’ 열풍… 최저임금 인상의 씁쓸한 풍경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와플 가게에서 인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키오스크(무인화 기계)에 섰다. 익숙한 듯 키오스크 화면을 보며 와플을 골랐다. 이 가게는 지난달 문을 열면서 키오스크를 들여놨다. 기계의 월 임대비는 16만원 수준(36개월 약정)이다. 이 가게 점원 A씨는 “주문받는 사람이 없어도 되고, 와플을 조리하기만 하면 된다. 확실히 한두 명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와플 가게에서 300m가량 떨어진 덮밥 가게에서도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았다. 덮밥 가게 주인은 “요즘 자영업자들은 누구나 다 키오스크를 들여놓는 걸 고민한다. 올해 최저임금이 또 올랐는데 직원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인(無人)점포’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아르바이트생 대신 키오스크를 ‘고용’하는 식당, 카페가 늘고 있다.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06년 600억원에서 지난해 2500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평균 14%의 성장률이다.

키오스크는 주문·결제는 물론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화 시스템이다. 야외에 설치된 대형 천막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했다. 기존 키오스크는 동사무소의 서류 발급, 기차표 발급 등에 주로 쓰였지만 최근 소형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키오스크가 아르바이트생 일자리를 뺏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서 아르바이트생 1383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5명 중 3명이 키오스크 때문에 일자리가 줄까봐 걱정된다고 답했다.

걱정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용 측면에서 사람(아르바이트생)은 기계(키오스크)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키오스크 시스템은 월 임대비용이 10만~20만원에 불과하다. 임대가 아니라 구매를 해서 설치해도 300만~500만원이 든다. 이에 비해 올해 아르바이트생은 주40시간을 근무한다는 가정 아래 월급으로 174만원을 받는다. 키오스크의 월 임대비와 비교하면 10배가량 높다.

키오스크 업계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임대비는 더 낮아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10년 전만 해도 설치비만 약 1500만원이 들었다. 임대도 없었다. 요즘에는 임대도 있고 애프터서비스까지 철저하다”고 말했다.

키오스크 같은 무인기계가 인건비 감소뿐만 아니라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는 연구도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면 계산대에 직원을 뒀을 때보다 매출이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각종 추가 메뉴나 양념 등을 부담 없이 더 주문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주의가 강한 젊은 소비자층은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소비’를 선호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언택트’를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는데 이런 현상도 무인화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 확대가 고령층·장애인의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일자리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우려도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대명 입법조사관은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울 수 있다”며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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