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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격리하라”… 들끓는 여론에 정부도 당혹

진료 상담을 받던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31일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신과 진료를 받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정신과 의사가 사망한 강북삼성병원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분리하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추진 중인 정부 정책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1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엔 정신질환자 격리를 요구하는 글이 잇달아 게재됐다.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다시 완화하라”는 주장부터 “정신질환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강하게 제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가해자를 심신미약으로 인정해주면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발표했다.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몰아넣기보다 지역사회에서 일반인과 어울려 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 1개 지역을 선정해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관리할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곧바로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특정 시설에서 6개월가량 머물며 정서적 관리를 받는 방식이다. 여기서 문제적 행동을 완화하고 범죄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판단될 때 지역사회로 돌아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 복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고, 국민들에게 정신질환자의 범죄 문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인식개선 유도도 효과가 없을 것 같다”며 “시범사업으로 정신질환자의 범죄 가능성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 및 치료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36%로 비(非)정신질환자 범죄율(3.932%)보다 낮다. 그러나 정신질환자 범죄 중 강력 범죄 비중은 9.71%로 비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비중(1.46%)보다 현저히 컸다. 한 번 사건이 벌어지면 그 피해가 치명적이란 얘기다.

정신질환자 대상 시범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지역도 노인 사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복지부는 이달 중순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한 뒤 지역 공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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