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년 재활 눈물 김병근 “호주서 희망 던집니다”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의 투수 김병근이 지난 20일 2018-2019 ABL 정규시즌 캔버라 캐벌리와의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질롱코리아 제공
 
친동생인 여자 야구대표팀 에이스 김라경(오른쪽)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질롱코리아 제공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는 31일(한국시간) 현재 5승 23패로 리그 최하위다. 그러나 선발로 3번 등판해 2승을 거둔 김병근(25)은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빛나고 있다. 한국에서 부상으로 재활에만 전전하다 방출된 김병근은 호주에서 희망투를 던지고 있다.

김병근은 지난 27일 2018-2019 ABL 정규시즌 멜버른 에이시스와의 경기에 등판, 6이닝 동안 1실점해 선발승을 거두며 팀의 5연패를 끊었다.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으로 내용도 준수했다.

김병근은 원래 팀에서 불펜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9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8.1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러다가 지난 15일 오클랜드 투아타라전에서 첫 선발 등판했다. 5⅓이닝 동안 단 2개의 피안타와 볼넷 하나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는 깜짝 호투를 펼쳤다. 이후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17이닝 4실점으로 쾌투 중이다. 불펜에서는 제구가 좋지 않았는데 선발로 나서자 220구 중 139개를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고 있다. 김병근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불펜으로 나올 때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다”며 “선발은 경기 시작 전부터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아무래도 선발 체질인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코칭스태프의 충고에 따라 힘을 빼고 뒷다리를 조금 미는 습관을 들인 것도 투구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병근은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2017년까지 몸담았다. 최고구속이 145㎞에 달했던 유망주였지만 입단 직후 인대 접합 수술을 받는 등 부상에 시달리며 2군 경기에도 거의 나서지 못했다. 김병근은 “선수 생활 6년 내내 거의 재활군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방출됐다. 야구를 못 잊어 모교인 세광고에서 개인훈련을 해왔다. 그리고 올해 질롱코리아의 문을 두드렸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김병근은 “야구를 너무 하고 싶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며 “통증도 없고 제구도 좋아진 지금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 때”라고 말했다. 최고 구속 143㎞의 직구 외에도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활용 중이다. 구대성 질롱 감독은 “변화구 움직임을 개선하면 한국프로야구(KBO)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성적 부진으로 팀 분위기가 좋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의기소침해하지는 않는다. 팀원 대부분이 KBO에서의 재기를 꿈꾸는 만큼 의욕도 강하다. 김병근은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격려해준다”며 “새해에는 더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주시고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병근은 여자 야구대표팀 에이스 김라경(18)의 친오빠이기도 하다. 모자에 서로의 이름을 적어 넣을 만큼 우애가 깊다. 김병근은 “라경이가 ‘병근아 기죽지마라’고 언제나 응원해준다. 동생의 말에 힘이 난다”고 고마워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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