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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의식 좀먹는 혐오… 결국 양극화 해소, 평등사회가 해답



글 싣는 순서

<1부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2부 : 공동체 균열 부르는 ‘신계급’>
<3부 : 한국을 바꾸는 다문화가정 2세>
<4부 :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 시대>
<5부 : 탈북민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법>


공동체 연대의식을 좀먹는 혐오의 근원으론 장기간 계속된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양극화 등 여러 사회적 요인이 꼽힌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현상이 강화된 데는 다양한 계층·성별·연령의 사람을 만날 기회의 부재와 그것이 야기한 사회적 신뢰도 약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사회일수록 개인이나 집단은 상대를 협력자보다는 경쟁자로 본다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존적 존재라는 인식이 점차 약화되는 현 상황에서 국내 각 분야의 학자들로부터 공동선(善)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교육제도 개혁과 공론의 장 마련 등을 주문했다. 국가 차원에서 혐오 문제를 다루고 대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경쟁보다 상생 강조하는 교육 필요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31일 “공동체 의식 강화를 위해서는 적자생존, 승자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정치권이 더불어 사는 것을 다 같이 받아들일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교육제도 자체가 경쟁과 승자만 인정하는 것에서 탈피해 모두가 자존감을 갖고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혐오와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 사회의 혐오나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내년부터 별도의 특별팀을 만들어 대응키로 한 바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교육과정에서 이민자나 여성, 탈북인 등 소수자들의 고난에 대해 가르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하며 “혐오를 타파하고 새로운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는 학력·학벌 차별, 지역 차별, 노동환경 차별 등 수많은 차별과 그에 대한 혐오가 존재해 왔다”며 “혐오가 사회적 소수의 문제이고, 특정 그룹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면 혐오에 민감할 수 없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남의 나라 일인 줄 알았던 난민 문제도 우리의 일이 됐을 때 정부가 명확한 정책이나 방침을 내놓지 못했다”며 “입법체계 개선은 물론 시민교육의 형태로 꾸준히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율도 존중하되 공동선에 관심 기울여야

장동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되 과도한 개인주의는 공동체의 유대감과 공동선 추구를 위해 적당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시장은 국가 운영과 개인 생활에 막대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부작용도 유발했다”며 “공동체자유주의는 인간의 상호 의존적 관계에 기초한 새로운 시장 모델을 실험해볼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개인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공동선에도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헌신하려는 덕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는 “진정한 자유공동체는 개인의 자율을 증진시키는 공동체”라며 “핵심은 여전히 ‘자유’”라고 강조했다.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의 하위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공동체자유주의의 핵심은 극단적 개인주의와 같은 자유주의의 부정적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의 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를 지나치게 우려하고 개인의 권리의식 보호에 투철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지적했다.

결국은 평등사회가 해답

‘붕괴의 다섯 단계’의 저자 드미트리 오를로프는 경쟁이 심회되고 생존원리만 살아남는 극단적인 붕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같은 기본 단위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은 단위에서 얼굴 맞대고 이뤄지는 평등하고 수평적인 연대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첫 단추라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공동체 회복을 위해 평등과 자유라는 근대 이념을 실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개인은 현대사회의 최소 단위로 같이 조응하면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이념 실현을 위해 시민단체와 학계 등을 주축으로 국민들이 활발한 토론을 해야 하며 국가가 토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복의 조건을 물질, 돈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찾아야 공동체는 복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 개인주의 내지 사회고립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의 공공선을 더 강조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적인간’이 아닌 사회 유대나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는 사회적 인간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인간은 돈을 더 벌고 싶은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근무시간 축소 같은 적절한 정부 규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하루빨리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또 “통합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만들고, 공적 영역을 늘리는 정치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스웨덴 같은 나라도 1900년대부터 1930년대 복지국가가 되기 전까지 극심한 노사 갈등이 나타나는 등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나라였지만 정치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함으로써 사회가 점점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정치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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