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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연통은 왜 어긋났을까” 경찰, 접촉 규명에 주력

대성고 학생 10명이 죽거나 크게 다친 사고가 일어난 강원도 강릉의 3층짜리 펜션을 지난 19일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서울 대성고 학생들은 복층 구조로 돼 있는 2층과 3층에서 잠을 자다가 일산화탄소 노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권현구 기자


강릉 펜션 참사 사흘째인 20일 경찰은 보일러 연통이 언제, 왜 어긋났는지를 확인하고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접촉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어긋난 연통에서 유출된 일산화탄소가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이 부분이 과실 책임을 가리는 데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이 어긋난 시점이 보일러가 설치된 2014년인지, 지난 7월 게스트하우스에서 펜션으로 변경된 시기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연통의 규격이 적합했는지, 보일러 점검 주체가 누구인지, 보일러를 설치한 업자가 자격을 소유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보일러 설치나 구조 변경 과정에서 배기관의 인위적 절단 여부와 부실시공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연통이 어긋난 원인과 관련해 펜션 업주의 관리소홀이 인정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시공과정에서의 탈·불법이 드러나면 시공업자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특히 보일러 연통 접합부에 내열 실리콘 마감이 되지 않은 부분을 유심히 보고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된 도시가스사업법은 보일러 접속부와 배기통 접합부를 내열 실리콘으로 접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일러 설비업체 관계자들도 내열 실리콘으로 마감되지 않은 부분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보일러를 가동하면 LPG가스와 산소가 만나 폭발하며 충격이 발생하는데 충격이 누적되면서 연통이 빠졌을 수 있다”며 “내열 실리콘 작업을 했다면 충격이 있더라도 연통이 배기관에서 분리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확인 결과 보일러 시공표지판에는 시공자 이름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 가스보일러를 시공하면 노란색 시공표지판에 시공자 명칭 또는 상호, 시공자 등록번호, 사무소 소재지, 시공관리자 성명 등을 기록해야 한다.

앞서 사고 현장의 합동감식을 마친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를 떼어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연통 부분을 접촉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통 부분의 지문 감식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펜션 업주와 건물주인, 보일러 설치업체, LPG가스 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고 학생들이 숙박한 객실의 과거 투숙객을 대상으로 당시 보일러 작동의 이상 여부도 파악 중이다. 또 지난 7~8일 사고가 난 객실에 내국인과 외국인 단체 투숙객이 순차적으로 묵었다는 펜션 업주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확인하고 있다.

강릉=서승진 박상은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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